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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의 연애 - [리뷰] 투닥거리다 토닥이게 되는 옆 사랑

효준선생 2015. 1. 16. 07:30

 

 

 

 

 

어떤 영화? 늘 곁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랑 불감증에 걸린 그들에게 바침 

 

 

 

, 혹은 썸을 탄다는 말은 완숙하지 않은 사랑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라 부정적 색채가 강하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사랑은 썸의 연속이거나 언제든지 용도 폐기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이라는 말과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청춘들에게 썸은 사귀어 볼까하는 말과 유사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사귄다는 말도 예전에 통용되던 의미와는 많이 달라져 있다. 이성간의 적극적인 만남으로 고착되어 버린 탓도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사귄다는 말조차 힘들어진 현실도 한 몫 하는 모양이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건데 그걸 말로 하지 못한 채 친구도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그 만큼 사랑함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태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영화 오늘의 연애는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남자와 여자가 스물 아홉이 되도록 애매한 관계로 지내며 서로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몇 년 전부터 대세를 이룬 단어, 썸과 혹은 그 유사한 남녀 관계에 대해 상당히 심도 깊은 리서치를 한 것으로 보이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녀의 상황이 유머러스하다.

 

 

그동안 사랑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며 애처롭거나 안타까운 내용의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던 박진표 감독은 이렇게 유쾌한 장르의 영화도 잘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그 과정엔 흔하다 못해 넘쳐나는 썸에 대한 현상들을 비교적 쉽게 작품 안엔 녹여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남자 선생님과 기상 캐스터로 일하는 여성은 오래된 친구 사이다. 이성 관계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격의 없이 지내고 가족들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 정도가 되면 가끔은 이성으로 느낄 만도 한데 부득부득 아니라고 하니 서로가 다른 짝을 찾아 헤매다가 채이는 걸 보면 분명 운명의 짚신 한 짝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기 전 다른 이성을 만나 인연인지 따져보는 과정도 재미가 있다. 만난 지 100일도 안되서 헤어지게 되는데 이골이 난 남자, 사랑해서는 안 되는 유부남이나 혹은 연하남은 그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이고 보면 조건만으로도 안되는 사랑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만남이 있은 뒤에서야 비로소 자기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고 그걸 우리가 부르는 사랑이라는 걸 이들은 왜 그렇게 몰랐던 것일까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고 한 참을 마음 아파하다 또 다른 사랑을 만나 잊어버리곤 해도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이나 옛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기 그지 없어 그런 마음도 곁에 아무도 없었을 때 드는 것이지 눈 앞에 괜찮은 이성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애초 이 두 사람이 나중에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 단서들은 앞에 여러 군데다 깔아 두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스크린 데뷔를 한 이승기나 그와 드라마를 함께 했던 문채원의 호흡은 상당히 잘 맞았다. 그외에도 최근에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용산과 마포 일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곳을 올 로케이션 해가며 찍은 영상들은 무척이나 액티브하다. 젊은 세대의 사랑공식을 이야기하는 영화로서는 영민한 선택을 한 셈이다. 요즘 다작을 해온 조연 배우들 대신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조연과 카메오로 나온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역 배우들의 면면도 이채롭고 특히 모 정치인의 아들로 주목받는 고윤과 티아라 멤버였던 류화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슈가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오늘의 연애 (2015)

7.9
감독
박진표
출연
이승기, 문채원, 이서진, 정준영, 리지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21 분 | 201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