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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 [리뷰] 살얼음판 위를 걷는 영웅의 행보

효준선생 2015. 1. 6. 07:30

 

 

 

 

어떤 영화?  미국 최고의 저격수를 주인공으로 애국심 못지 않은 전쟁의 상흔을 보여줌 

 

 

전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적을 공격하거나 혹은 적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제하는 것. 미국에 의해 저질러진 중동의 제 국가에 대한 공습과 전쟁은 그들로부터의 공격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그 안엔 국내 정세의 전환이라는 숨어 있는 사실이 들어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내세우는 애국심에 느꺼워 하지 않은 군인 없을 테고 그렇게 앞장세운 군인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뒤에 보여주는 장엄한 장송곡 따 따위 미국이 군인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 지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이름마저도 거룩한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만약 연출을 맡은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니었다면 반전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대표적인 보수파 영화인이자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그에게 이 영화는 자신의 임무를 120% 수행하고 돌아온 참전용사를 기리는 일종의 헌정사다.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영화 촬영 막바지에 같은 참전 군인에 의해 죽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삶이 반 평생을 누빈 전장이 아니라 그토록 지켜주고 싶었던 전우에 의해 종결되었다는 아이러니는 이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약간 헷갈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살다간 한 남자의 일생은 지켜볼 만큼 사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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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크리스의 아버지는 아직 어린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세상은 양과 늑대가 있다. 하지만 두 아들이 양이나 늑대가 되어선 안된다. 설령 늑대가 양을 잡아 먹으려고 해도 양치기 개가 지켜주어야 한다. 이 말은 어린 크리스에겐 사명감처럼 뇌리에 박힌 셈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어엿한 가장임에도 무려 4차례나 파병되어 수 백 명의 인명을 살상하는 저격수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의 양치기 개 노릇은 완벽하다 못해 레전드라는 별칭으로 떠받들여진다. 수사에 현혹될 만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적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없이 움직이는 그를 보면 사실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전우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전쟁터에서의 영웅은 상대적인 가치다. 아군의 전쟁 영웅은 적군에겐 이가 갈릴 정도로 없애고 싶은 숙적인 셈이다. 영화에선 크리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무스타파라는 저격수가 등장한다. 크리스가 중동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듯 그 역시 미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누구를 편들 이유 없다. 그들이 당위성을 가지고 행동하듯, 보는 사람들도 점점 게임 속 주인공이 되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런게 전쟁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바로 외상후 스트레스, 크리스가 평화로와 보이는 일상에서도 순간적으로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현상이다. 다행히 신체적인 상해를 입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정신마저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얼마 전까지 바로 옆 동료가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목격하고 바로 일상에 적응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영화에서 크리스를 죽인 남자의 살해 동기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전쟁이 가져다 준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니었나 싶다.

 

              

 

4번의 파병을 매개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고막을 찢는 듯한 총성이 난무했다. 마치 전쟁터 한 가운데서 직접 군인들과 고양이 걸음을 하며 따라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다. 평화롭기만 미국에서의 일상과 불안하기만 한 중동 지역에서의 나날이 지독할 정도로 비교된다. 모두가 목숨 달린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살아야 하는 건가. 어린 아이에게도 총구를 겨눠 사살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 영화가 반전이라는 화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전쟁 영웅의 죽음 따위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

American Sniper 
8.1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제이크 맥더맨, 카일 겔너, 루크 그라임스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32 분 |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