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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 [리뷰] 천부적 재능이 시련을 만났을때

효준선생 2015. 1. 3. 07:30

 

 

 

 

  어떤 영화? 실존하는 성악가를 모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감동작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다. 자연의 소리도 물론 아름답지만 말이 아닌 노래와 고단위로 농축된 절제된 음악을 들을 때면 다들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입을 가지고 있다고 다들 노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음치나 박치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심금을 울릴만한 노래솜씨를 갖고 있다는 건 천부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결합한 완성체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노래를 못하는 나로서는.

 

              

 

세상에 많은 성악가들이 있다. 그들의 노래 솜씨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그 정도로 부르기 위해서 재능 외에도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고 60억 인류에 비교하면 정말 극소수의 인물들에게 돌아가는 상찬이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양사라고 하지만 정말 안 되는 일이라면 차라리 일찌감치 그만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려는 어느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준다.

 

            

 

테너 배재철은 촉망받던 젊은 성악가지만 그에게 닥친 엄청난 시련은 목으로 하는 직업상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겐 기적도 일어나는 법인지. 인복과 회복을 위한 노력은 어느새 유례를 찾기 힘든 의학적 기적과 함께 전과 다름없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조금 기고만장했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며 현재와 미래를 향해 정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서정적이고 압도적 음색을 갖춘 테너 성악가라는 뜻을 가진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한 성악가의 시련 극복기라 할 수 있다.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멋지게 열창하는 한국인 남자를 집중 조명하며 시작한다. 그가 바로 한국인 배재철이다. 그의 성가는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 들고 있는데 그에게 한 가지 컴플렉스가 있다. 아시안이라는 점이 과연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약간 변방에 그친다는 평을 듣고는 제 2의 고향인 이탈리아를 떠나 독일 연주단과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안정된 생활, 하지만 그의 성공가도에 시샘을 하는 하늘의 뜻에 따라 그는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건 축구선수에게 발이 없는 것과 똑같은 시련이다.

 

             

 

영화는 자신감에 넘쳐 흘렀던 유럽에서의 활동 모습과 대조적으로 천형이나 다름없는 질병을 앓게 된 후 그의 심경변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추가하여 일본인 프로듀서와의 우정 같은 매니지먼트. 그리고 더 이상은 노래 부를 수 없을 거라는 유럽의사와는 달리 일본 의사의 적극적인 시술 장면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명곡들의 향연들과 함께 오감을 상당히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흘러 나오는 넘버들이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이미 귀에 익숙한 것들인데 주인공의 처지와 맞물리며 묘하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제 그는 다시 예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궁금 해질테고 만약 이미 사전 정보를 알고 보는 경우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게 가능하게 된 것이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신파가 묻어나는 재활과정을 보여주거나 자신의 장기(長技)를 잃어버린 어느 성악가의 모습을 드라매틱하게 짜놓았다기 보다 누구라도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점은 아마 실존 인물을 그린 것이라 조금은 난처한 점도 있고 하프 픽션에 준하는 다큐 극영화인지라 한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제작진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인 배채철의 카운터 파트너는 두 사람으로 압축된다. 바로 일본인 매니지먼트 사의 사장이며 또 한 명은 유럽에서 활동할 때부터 배재철에게 약간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었던 멜리나다. 만약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인간 배재철은 지금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각각 천사와 악마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만큼 배재철에겐 자신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시간과 계기를 부여한 인물들이다.

 

            

 

평생을 할 것이라 믿었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분명 그를 압도했을 텐데도 그는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자존감도 강한 인물이며 그 이후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음악이 주로 나오는 영화다 보니 음향과 사운드에 민감한 관객이라면 사운드 특화관에서 보길 권장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2014)

The Tenor Lirico Spinto 
8.6
감독
김상만
출연
유지태, 차예련, 이세야 유스케, 나타샤 타푸스코비치, 키타노 키이
정보
드라마 | 한국, 일본 | 114 분 | 201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