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메리칸 셰프 - [리뷰] 하고싶은 일을 할때 행복하다

효준선생 2014. 12. 31. 07:30

 

 

 

 

  어떤 영화? 요리사를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 아냐고 묻는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자기가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 자기가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는다고 한다. 흔히 기름 냄새에 만들기 전에 질린다고 하니 그걸 업으로 삼는 셰프들에겐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먹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린 모양이다. 그 시작점엔 먹방이라고 하는 요리 프로그램들이 있고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서 벗어나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다른 지인을 초대해 함께 나누는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수준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그걸 보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미식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시간이 되면 맛집을 찾아 나서거나 혹은 집에서 만들어 보고 그걸 인터넷등에 올려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매개로 삼기도 한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지구에 사는 그 어떤 민족, 인종도 구분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주로 나는, 혹은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들, 비싸다고 다 맛있는 것도 아니고 싸다고 맛없는 것도 아니다. 유명한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 정말 배가 고픈 순간엔 라면 한 젓가락도 진수성찬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의식주 순으로 이뤄진다는 데 이런 작금의 모습을 보면 식(食)의 수준에서 상당히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유명 식당의 주방장으로 일하다 맛집 평론 블로거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는 바람에 낡은 푸드 트럭을 개조해 그 넓은 미국땅을 종횡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의 직업이 요리사인지라 쉴 새 없이 침샘을 자극하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손을 거친 화려한 요리도 있지만 길거리에서 손 쉽게 사먹을 수 있는 핑거 푸드 역시도 미감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그 동안 아이언맨등 거액을 들여 영화를 만들어온 존 파브르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요리를 시연하기도 했으며 전작을 통해 인연을 맺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렛 요한슨을 끌여들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를 찍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성공한 듯 보였다.

 

 

영화 속 주인공인 칼 셰프는 아내와 별거 중이고 2주에 한 번씩 10살 난 아들을 만나는 중년 남성이다. 레스토랑에선 주방장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만 아무래도 자기 사업이 아니다 보니 오너와 메뉴 선정으로 마찰도 있고 오래 하다 보니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매너리즘에 서서히 지쳐갈 즈음이다. 바로 그때 자신의 음식을 먹어보고는 악평에 가까운 음식 후기를 남긴 평론가와 시비가 붙는다. 세상의 눈과 업계는 그런 그를 그냥 놔둘 리 없었으니 졸지에 실업자가 된 그는 겸연쩍게도 아내의 전 남편에게서 낡은 푸드 트럭을 하나 얻는다. 비록 외관과 내부 장식은 바로 폐기처분해야 했지만 그는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해 지금까지 자기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음식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어린 아들, 그리고 죽이 맞는 후배와 길을 나선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 요리사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음식 만들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사춘기를 앞둔 아들과의 심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요리 만드는 데는 일류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잘 몰랐던 그에게 인터넷 마케팅의 위력을 알게 해주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지게 되었다는 훈훈한 결론을 내놓는다.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과 즐기며 사는 사람의 차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그게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이면 금상첨화인 그런 상황인지에 달려 있다. 칼 셰프는 처음엔 그러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늘 하던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냈고 불안한 자신의 처지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고스란히 음식에 드러난 셈이다. 손님들이 서서히 그걸 알게 된 셈이니 그 악덕(?) 평론가는 오히려 구세주인 셈이다.

 

 

자기의 솜씨가 타인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다. 그 또한 정상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들이고 그렇게 살아 남는 극소수의 셰프들에게 속된 말로 엄지 척의 평가를 주곤 한다. 수많은 셰프들은 자신들의 고생을 몰라주는 입맛 까다로운 손님을 향해 야속한 마음을 감추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흘리는 땀방울은 언젠가는 옳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엔 여러 가지 요리들이 나오는데 독특하게도 고추장에 대한 언급과 주꾸미 볶음이 화면에 등장한다. 영화의 푸드 코디네이터가 한국계 푸드 트럭 스타 셰프라고 하니 그런 점도 눈여겨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먹는 걸을 바라보는 즐거움에  두 시간이 정말 잘도 흘렀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군것질이라도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현상은 모두가 느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메리칸 셰프 (2015)

Chef 
8.4
감독
존 파브로
출연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 스칼렛 요한슨, 더스틴 호프먼
정보
코미디 | 미국 | 114 분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