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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브로큰 - [리뷰] 살아서 전하고 싶었던 역경과 참상

효준선생 2015. 1. 1. 07:30

 

 

 

 

  어떤 영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안젤리나 졸리의 역작 

 

 

 

평범하지 않은 삶이었다. 누군가에겐 일생에 단 한번도 만나기 힘들었을 법한 고난의 연속, 시작은 그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었다는 것에 출발한다. 어린 시절 마늘 냄새 난다며 아이들과 싸움을 일삼던 그는 살고 있는 미국에서 주류가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할 법도 했다. 하지만 타고난 끈기는 그를 육상 선수로 만들었고 급기야 미국 대표선수로 베를린 올림픽까지 나가게 된다. 바로 루이 잠페리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촉망받던 스포츠 스타였던 그에게 암운이 드리운 건 바로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그가 싸워야 하는 상대는 일본이었고 전투기 포격수로 전장을 누비다 비행기 추락, 조난, 그리고 포로 수감생활등, 당시 전황을 감안했을 때 어쩌면 그의 이야기는 영화로 옮길 수 없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급박해 보였다. 죽음직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는 2014년까지 생존했고 그가 남겨놓은 이야기들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독한 것인지, 그리고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목숨이란 함부로 앗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헐리우드의 배우이자 셀러브리티인 안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든 영화 언브로큰이 개봉을 앞두고 가십에 올랐다. 바로 일본에서의 일이다. 소식에 따르면 이 영화 감독인 졸리의 일본 방문이 금지되었고 이 영화에서 악한 일본인 장교로 열연한 비주얼 락그룹 출신의 미야비에 대해서는 왜 그런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 일본군에 의해 잡혀 포로생활을 해야 했던 루이에게 쏟아진 가학에 가까운 폭행과 고문은 현재를 사는 일본인들에겐 마치 일본을 비하하려는 것인 양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원자폭탄으로 초토화된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이라는 이유로 늘 피해자 코스프레를 일삼아 오다 최근엔 다시 싸울 수 있는 군대를 갖고자 하는 그들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실 미국도 처지는 다름없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당사국이고 전쟁을 통해 최강의 대국으로 거듭나긴 했어도 그 과정에서 희생당해야 했던 국민과 군인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사과를 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여전히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영화를 뽑아내고 있는 걸 보면 오히려 진짜 피해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로서는 그저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를 보며 아직도 친일의 그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현실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루이로 대변되는 인물을 한국의 김돌쇠나 홍길동으로 치환해도 부족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이의 삶은 역경의 연속이다. 그걸 영상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비행기 폭격 장면도, 망망대해에서 무려 50일 가깝게 떠돌던 장면도, 일본이 만들어 놓았던 악명 높았던 두 곳의 포로 수용소의 모습도. 하지만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았던 건 그 열악한 환경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감정이었다. 극단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과 수용소에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견뎌야 하는 것등. 만약 이 영화가 실화가 아닌 가상의 극화였다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어쩌면 실제의 몇 분의 몇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 혹은 변절이라 불리는 치욕 속에서 살다 죽음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전쟁은 이렇게 단순한 땅 따먹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작 전장에서 총칼을 들고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일개 병사들로서는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난 사명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종전이 된 지도 벌써 70년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를 기억하려는 모습에서 우린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 이 영화가 전쟁이라는 최악에 상황에서 살아 돌아온 어느 젊은이의 모습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인의 불굴의 의지도 그리고 엔딩 크리딧의 설명대로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의 마음도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전쟁이 아니었다면 베를린 올림픽 다음은 도쿄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루이처럼 극적으로 살아 남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알게 된 이면엔 이 영화가 강력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영화를 두고 유례없이 흥분하는 일본은 물론이고 친일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한국의 몇몇 위정자들에게도 이 영화를 꼭 추천해주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언브로큰 (2015)

Unbroken 
9.8
감독
안젤리나 졸리
출연
잭 오코넬, 개럿 헤들런드, 돔놀 글리슨, 핀 위트록, 미야비
정보
전쟁 | 미국 | 137 분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