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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임 패러독스 - [리뷰] 내가 누구인지 아는 나는 누구인가

효준선생 2014. 12. 28. 07:30

 

 

 

 

  어떤 영화? 관객의 섣부른 추측을 걷어찰 독특한 구성의 시간 영화 스릴러 

 

 

 

현세를 살면서 간혹 자기가 죽으면 내세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간 속에서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무엇이었을까 에 대한 질문은 애써 하지 않으려고 한다. 혹시라도 나쁜 짓만 일삼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과거는 외면하고 미래엔 좋은 것만 상상하려는 건 사람들의 평범한 심리인데 만약 지금의 자기가 과거에서 온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것이라면 어떨까?

 

 

영화 타임 패러독스는 독특한 소재의 타임 리프계열의  영화다. 70년대 뉴욕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모종의 작전에 투입된 남자. 그는 부상을 입고서 새로운 얼굴을 하고 태어난 뒤 재차 그 작전과 관련된 인물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곁엔 항상 바이올린 케이스 같은 시간 변동 장치가 함께 한다. 그가 만난 사람은 사건의 중요한 키맨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성전환 수술을 한 남자였다. 이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다.

 

 

바에서 술을 나누며 듣게 되는 그(그녀)의 이야기는 참으로 독특했다. 자연계에서 동물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웅동체의 생식기를 가진 그녀, 수녀원에 버려졌던 그녀가 성장하면서 느껴야 했던 불편한 감정들, 성인이 되서 일자리를 잡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두어야 했던 일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을 만나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등. 언뜻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녀가 정말 보기 드문 케이스의 캐릭터라는 설명이 쏟아져 나오며 이야기는 아연 활기를 띤다. 그러나 그녀가 꼭 만나고 싶어하는 한 사람과의 조우를 위해 위험한 시간 여행을 함께 하고 그 시간 여행을 통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이야기의 진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어떤 관계인지가 놀랄만큼 급작스럽게 드러난다.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의구심이 들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 중반까지는 두 사람의 대화와 플래시백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약간 의심이 들었던 장면들이 나중엔 전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그리고 왜 그런지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힌트를 주었던 것을 잠시 망각하거나 소홀하게 여겼던 부분이 한 곳으로 수렴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쾌감을 얻게 되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진부한 논란거리라는 건 알지만 태초의 생명의 시작을 예로 든 것인데 이걸 과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이 영화에선 끝도 없을 윤회로 감싼다. 다시 말해서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내가 온 것일 수도 있다. 나의 아버지는 나의 어머니가 되었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도 진화론의 맨 처음 단계에선 자웅동체의 생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자못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미 앞서 그런 상황이 될 소지는 다 설명한 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표정을 지을 관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에단 호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여장 남자 역할을 멋지게 해낸(처음 등장했을때는 댄디 보이 정도로 봤을 정도다) 사라 스눅크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다. 비취색의  눈 동자에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 외모를 가진 그녀는 마치 전성기의 조디 포스터와 흡사한데 영화를 보면 확실히 매료되는 부분이 있다. (양진석의 시네필 소울)

 

 

 


 


타임 패러독스 (2015)

Predestination 
8.7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에단 호크, 노아 테일러, 사라 스눅, 매들린 웨스트, 크리스토퍼 커비
정보
SF,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 97 분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