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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술자들 - [리뷰] 최고 기술은 마지막에 건다

효준선생 2014. 12. 25. 07:30

 

 

 

 

 

어떤 영화? 검은 돈을 내 것으로 빼돌리는 케이퍼 무비의 전형 

 

 

 

 

재작년 장기밀매라는 충격적인 소재의 영화였던 공모자들로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김홍선 감독은 이번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거금을 빼돌리는 일당의 작업을 소재로 한 영화 기술자들을 선보였다. 영화 제목에 “~자들이라는 문구를 넣는 건 다소 나태해 보이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도드라지게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보통 기술이라는 말이 범죄집단에서 통용될 때 좋은 의미가 될 리 없다. 돈을 훔쳐내는데 기술이란 게 얼마나 테크놀로지 하겠냐 마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혹시라도 모방 범죄에 이용되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앞서가는 기술들이 다량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영화 공모자들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속 상황들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음에 놀라곤 한다. 시나리오 작가의 고단한 작업과 그걸 영상화하는 연출자의 피말리는 수완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이런 케이퍼 무비의 장점은 누군가의 무엇을 빼내는 걸 관음적으로 지켜보는 묘미가 있다. 인간의 본능이다. 그걸 보면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나쁜 짓이라고 말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이들이 거액을 훔치고 그걸 뺏기는 자의 통탄할 마음을 그저 스크린 밖에서 누리기만 하면 그 뿐이다. 그런 오락영화로서의 이 영화는 기본 이상은 뽑아내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기술이 단 두 번만 사용되었다는 과소성(寡少性)에 있다. 보석상에서 보석들을 훔치는 장면이 있어야 나중에 그걸 빌미로 더 큰 작업을 하게 되는 당위성을 얻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로 이 두 번째 작업을 위해 할애된다. 다양한 기술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는 이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나오는 배우들의 개인기(?)를 보여주거나 후반부 모든 걸 까발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장치들을 아주 조금 보여주는 걸로 만족한다. 암튼 영화니까 그런가 싶다 하고 보는 거지만 목숨이 날아갈 판에 웃으며 오케이 할 정도의 배포라면 정말 크게 될 인물이다.

 

 

주인공의 상황을 보자. 어려서부터 고아원 생활을 하며 익힌 따기 기술들. 특히 금고는 부처님 손바닥이고, 그보다 출중한 기술은 전체 판세를 읽어내고 디테일한 작전을 짜내는데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케이퍼 무비들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영화 도둑들에서 카지노에서 물건을 빼내는 작업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는지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막중한 임무를 단 한 명이 진두진휘해낸다는 게 불가사의할 뿐 아니라 극의 재미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악전고투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머릿수가 모든 걸 해결하지 않는다는 건 이 영화를 통해 증명해보인다.  달랑 세 명의 기술자들,  이 엄청난 판돈을 싹쓸이 할 수 있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악역들의 힘을 적극활용한다. 여기엔 정말 오랜만에 성격파 배역을 맡은 김영철의 다소 황망한 캐릭터가 움직인다. 조직의 수장이면서도 침착하지 못하고 매사에 판단력이 좋지 않은 그. 그 바닥 생리를 꿰뚫는 것 같이 하면서도 군데군데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그래서 수적으로 많지 않은 기술자들을 오히려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김우빈의 김우빈을 위한, 김우빈에 의한 영화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 극중에서 노골적으로 그의 뚜렷한 외모와 신장을 찬양하고 거의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역할을 해내는데 반응을 하지 않을 여성관객이 없다. 가볍게 상의 노출신도 선을 보이는 걸 보니 친구2 때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전작 공모자들에서 나왔던 조윤희, 조달환, 신승환, 허준석이 조연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임창정, 최다니엘이 카메오 출연을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기술자들 (2014)

6.3
감독
김홍선
출연
김우빈, 김영철, 고창석, 이현우, 조윤희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6 분 | 201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