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검은 돈을 내 것으로 빼돌리는 케이퍼 무비의 전형 |
재작년 장기밀매라는 충격적인 소재의 영화였던 공모자들로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김홍선 감독은 이번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거금을 빼돌리는 일당의 작업을 소재로 한 영화 기술자들을 선보였다. 영화 제목에 “~자들”이라는 문구를 넣는 건 다소 나태해 보이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도드라지게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보통 기술이라는 말이 범죄집단에서 통용될 때 좋은 의미가 될 리 없다. 돈을 훔쳐내는데 기술이란 게 얼마나 테크놀로지 하겠냐 마는 영화를 보는 내내 혹시라도 모방 범죄에 이용되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앞서가는 기술들이 다량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영화 공모자들에서도 그랬지만 영화 속 상황들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음에 놀라곤 한다. 시나리오 작가의 고단한 작업과 그걸 영상화하는 연출자의 피말리는 수완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이런 케이퍼 무비의 장점은 누군가의 무엇을 빼내는 걸 관음적으로 지켜보는 묘미가 있다. 인간의 본능이다. 그걸 보면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며 나쁜 짓이라고 말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이들이 거액을 훔치고 그걸 뺏기는 자의 통탄할 마음을 그저 스크린 밖에서 누리기만 하면 그 뿐이다. 그런 오락영화로서의 이 영화는 기본 이상은 뽑아내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기술이 단 두 번만 사용되었다는 과소성(寡少性)에 있다. 보석상에서 보석들을 훔치는 장면이 있어야 나중에 그걸 빌미로 더 큰 작업을 하게 되는 당위성을 얻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로 이 두 번째 작업을 위해 할애된다. 다양한 기술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남는 시간에는 이 영화에서 매력적으로 나오는 배우들의 개인기(?)를 보여주거나 후반부 모든 걸 까발리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장치들을 아주 조금 보여주는 걸로 만족한다. 암튼 영화니까 그런가 싶다 하고 보는 거지만 목숨이 날아갈 판에 웃으며 오케이 할 정도의 배포라면 정말 크게 될 인물이다.
주인공의 상황을 보자. 어려서부터 고아원 생활을 하며 익힌 따기 기술들. 특히 금고는 부처님 손바닥이고, 그보다 출중한 기술은 전체 판세를 읽어내고 디테일한 작전을 짜내는데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케이퍼 무비들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영화 도둑들에서 카지노에서 물건을 빼내는 작업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투입되었는지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막중한 임무를 단 한 명이 진두진휘해낸다는 게 불가사의할 뿐 아니라 극의 재미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악전고투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머릿수가 모든 걸 해결하지 않는다는 건 이 영화를 통해 증명해보인다. 달랑 세 명의 기술자들, 이 엄청난 판돈을 싹쓸이 할 수 있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악역들의 힘을 적극활용한다. 여기엔 정말 오랜만에 성격파 배역을 맡은 김영철의 다소 황망한 캐릭터가 움직인다. 조직의 수장이면서도 침착하지 못하고 매사에 판단력이 좋지 않은 그. 그 바닥 생리를 꿰뚫는 것 같이 하면서도 군데군데 실수를 저지르고 마는, 그래서 수적으로 많지 않은 기술자들을 오히려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김우빈의 김우빈을 위한, 김우빈에 의한 영화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 극중에서 노골적으로 그의 뚜렷한 외모와 신장을 찬양하고 거의 신적인 존재에 가까운 역할을 해내는데 반응을 하지 않을 여성관객이 없다. 가볍게 상의 노출신도 선을 보이는 걸 보니 친구2 때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전작 공모자들에서 나왔던 조윤희, 조달환, 신승환, 허준석이 조연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임창정, 최다니엘이 카메오 출연을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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