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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우동 : 주인없는 꽃 - [리뷰] 사랑받지 못할바 차라리 자유롭게

효준선생 2014. 12. 27. 07:30

 

 

 

 

  어떤 영화? 도화살을 품고 살았던 여인의 알려진 일생과 알려지지 않은 이면 

 

 

 

조선 성종은 증조 할아버지인 세종에 이어 조선 초기 국가 성립에 지대한 공을 세운 왕으로 기록되어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성리학의 기운이 가장 강했을 당시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극형까지 시킨 두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세종대의 유감동과 성종대의 어우동이다. 우리에겐 어우동이 더 잘 알려진 이유는 그 동안 영화를 통해 그녀의 면모를 여러 차례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봉하는 어우동: 주인없는 꽃 역시 그녀의 삶을 다룬 사극으로 외설적인 장면을 부각하는 대신 왜 그녀가 여염집 참한 규수에서 천하의 기강을 문란케 하는 요부가 되었는지 비교적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실록과 문헌에 기록된 그녀의 이야기를 크게 왜곡하지 않고 묘사하고 있지만 종친인 이동에게 시집가서 살다 소박맞을 때까지의 모습은 알려진 바와는 다소 다른 면이 있고 극중 그녀의 이름으로 나오는 혜인인 실명이 아닌 그녀에게 내려진 일종의 정4품의 관직명이다. 그리고 성종이 그녀와 직접적인 관계를 했다는 건 극화된 부분이고 그외엔 비교적 문헌에 기록된 것과 비슷한데, 아무래도 남정네들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생을 살다 비운에 간 여인의 삶이다 보니 노출 장면들이 빠질 수 없었다.

 

 

이 영화에 대한 소식이 처음 오픈 되었을 때 여주인공의 노출이 어느 수준이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기대하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최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영화에서의 여배우들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워낙 잘 알려진 컨텐츠에다 8,90년대에 에로 사극의 대명사로 일컬어진 작품의 리부트 작품이니 어쩔 수 없는 관심과 거기에 호응하는 수준의 노출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젠 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종대라면 조선이 만들어진 지 아직 초반이고 국가 기강도 셀 때인데 어떻게 어우동 같은 인물이 활개를 치면서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성리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켜야 할 여러가지 강령으로 도배된, 당시 남성위주의 사회였으니 이런 것들이 무척이나 답답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때라고 첩을 두지 말라는 법도 없었고, 기생들은 이런 갑갑한 세상에서 일탈과 도피를 할 수 있는, 가진 것 많은 양반 남성을 위한 최음제 같은 것이다.

 

 

영화에선 이동(李仝)이라는 인물이 그 대표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왕과 숙질관계이면서도 정계에 나서기 보다 그저 기루에 틀어앉아 기생들하고 노닥거리며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인물, 집안엔 어렵사리 결혼한 처가 있음에도 그의 방탕한 생활은 그칠지를 모른다. 아무리 칠거지악이니 삼종지도니 해서 부녀자를 마치 남자들의 하수처럼 여기던 시절이었지만 그녀들도 사람의 마음인지라 참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어우동은 시집을 가기 전부터 색을 밝혔다고 하며 결혼 뒤엔 외간남자와 통정을 하는 바람에 이동에게 쫒겨났다고 전한다. 지금 말로는 아내의 부정(不貞)으로 이혼당한 셈이다. 그러니 그 이후 그녀의 행각은 안봐도 뻔했다. 잘나가는 남정네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품에서 잠들기를 원했다고 하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낙인을 찍어 증표로 삼기도 했다니 홀려도 너무 심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따지고 넘어갈 건, 남자는 처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와 (아무리 기녀라고 해도)통정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음에도 여자는 그랬다가는 내쫒기는 당시의 시류가 너무나 이중적이다. 어우동은 영화에선 마치 여성해방운동가의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그녀 혼자의 힘으로도 결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남정네들의 이중행보를 꼬집으려고 해봐도 당시 세상이 그녀를 보는 시선은 그저 색을 밝히는 드문 여자였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죽음은 당시로서는 화제였던 모양이다. 양반집 규수로 태어나 미모를 갖춘 그녀였지만 결국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 그녀. 가진 몸뚱아리로 숱한 남정네를 농락하는 것으로 시대가 만들어 놓은 질곡을 깨보려고, 혹은 비웃으려고 했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세 차례 정도의 노출과 농도 짙은 정사 장면을 제외하고 이 영화는 기존에 비슷한 유형의 에로 영화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만으로 폄하할 수는 없는 퀄리티는 갖고 있다. 미술도 좋고 영상미도 아름답다. 단지 각각의 인물간의 관계 설정이 긴밀하지 못하고, 어우동이라는 여성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절박한 외침이 집중되지 못하고 금세 휘산되어 버린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어우동: 주인없는 꽃 (2015)

6.2
감독
이수성
출연
백도빈, 송은채, 여욱환, 남경읍, 유장영
정보
시대극 | 한국 | 101 분 |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