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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킹걸 - [리뷰] 그녀들의 야릇한 이중생활

효준선생 2014. 12. 29. 07:30

 

 

 

  어떤 영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컨셉의 여성상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많아지면서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발휘되는 이면엔 전과 달리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가정에서 육아와 내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남편들로서는 부모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부부의 역할에 대해 간혹 당황해 하거나 혹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밖에서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와선 아이도 돌봐야 하는 마당에 남편까지 신경 쓸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없는 탓이다. 세상은 알파걸이니 알파맘이니 해서 마치 슈퍼우먼 같이 묘사하지만 그녀들이 품고 있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대해 여전히 드러내지 못한 이야기 거리들도 적지 않다.

 

 

영화 워킹걸은 두 명의 여성을 등장시켜 각각 일과 성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성에게 달랑 두 가지 화두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적 재미로 볼 때 그 두 가지만 잘 풀어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과연 그런 시도들은 생각한 만큼 나왔을까 공포영화를 주로 찍었던 정범식 감독은 코미디 장르를 선택하면서도 상당히 에로틱한 부분을 고른 셈이다. 두 여성의 공통 분모는 성인 샵을 운영한다는 점인데, 성인 영화 쪽에서도 터부시되었던 성인 용품들이 대거 등장하거나 상세하게 소개하는 등 민망한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게다가 그 동안 여러 매체를 수놓았던 조여정과 클라라 두 여배우의 이미지와 걸맞는 장치들을 적지 않게 배열함으로써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영화는 일밖에 모르는 여자와 성 밖에 모르는 여자를 교집합 시켜서 일도 성도 모두가 만족시킬 수 있는 더 완벽한 여성상을 만들어 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이 두 여성은 기존의 여성상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에 뭔가 부족함이 있다고 이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녀들 자신과 주변에서 자꾸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라고 하니 까닥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몰릴 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여자가 친정엄마와 노골적으로 남편과의 잠자리에 대해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도 있고 자기와 남편이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아이와 부모가 건강하니 더 이상 부족함이 없다고 하자 엄마는 대놓고 딸과 사위의 밤일에 대해 시시콜콜 따지고 든다. 이런 이야기는 과거 시집 온 새댁에게 어서 후사를 보라며 시어머니가 닦달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젠 그런 모든 것들이 아이를 낳게 하거나 남편에게 무조건 잘하라는 말이 아닌 밤일 자체가 생활의 윤활유가 되어 준다는 걸 친정엄마가 알려주는 세상이 되었다. 또 예전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못 있는 여자, 이론적으로는 거의 통달하다시피하면서도 실제 연애에 대해선 쑥맥이나 다름없어 하는 그녀는 분위기 자체가 그 어떤 남자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것 같은 뇌쇄적인 외모를 자랑하지만 그것말고 잘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니 이 두 여자의 케미는 단순히 동업자로서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보충해주는 역할로 설정된 셈이다.

 

 

영화는 이런 얘기를 한다. 기구를 놓고 고민하는 여자를 향해 진짜 사랑한다면 이런 것들은 필요없지 않나요? 라고. 그런데 그 진짜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유효한 걸까 한 사람은 유부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랑에 서툴다. 각자의 파트너가 등장하며 육체적인 관계와 덜 육체적인 관계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데, 정말 사랑한다면 그런 기구는 무용지물인 셈일까. 테스트 삼아 공공장소에 놔둔 기구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 전과 달리 성을 즐기는 사람들은 성별을 구분치 않고 많아 졌다는 말일까

 

 

이 영화는 묘한 구석이 있다. 초반부 마치 팀 버튼 감독이나 미셀 공드리 감독의 미장센을 본따 만든 장난간 회사의 분위기와 둘이 의기투합해서 신장개업한 성인 샵의 모습들이 마치 미래의 어느 시점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도 구구절절하게 지향하고 싶었던 부분은 일에서의 성공이상으로 가족에 대한 안온함을 느끼고자 했던 점이다. 물론 기혼과 미혼이라는 차이가 언밸런스 하지만 각각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과 사랑,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는 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고약한 질문이 될 것 같다. 또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절충을 찾아가면 좋으련만, 혼자서 어렵다면 극중 백보회와 오난희 처럼 쿵짝이 잘 맞는 파트너라도 만나야 하는 걸까 등장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영화는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일단 많이 웃겨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보는 내내 정말 저 상황에 처해 있는 여자들이라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시나리오는 감독이 겸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남자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워킹걸 (2015)

6.3
감독
정범식
출연
조여정, 클라라, 김태우, 김보연, 라미란
정보
코미디 | 한국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