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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숲속으로 - [리뷰] 동화의 주인공으로 살아나는 법

효준선생 2014. 12. 26. 07:30

 

 

 

 

  어떤 영화? 네 개의 동화 속 주인공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동화라면 늘 동심을 자극하는 서정적이고 순수한 내용일 거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밝혀진 것 처럼 무수한 동화들이 실상은 잔혹성을 앞세웠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독일의 그림형제들의 작품은 매우 구체적으로 그런 정황들이 드러나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한국에선 어린이들의 필독서처럼 읽혀지고 있다. 윤색을 많이 해서 출판을 한 덕분이겠지만 기실 성인들이 보기에도 민망하고 섬뜩한 장면들이 많다고 하니 어쩌면 그 시절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미친다.

 

                     

 

우리가 동화를 접하는 건 대개 유아기의 그림책이나 초등학생 시절의 저학년 때다. 그 이후엔 학업에 치이다 보니 책을 손에 잡는 시간마저 부족하고 이때를 놓치면 동화를 읽는 자체가 신기한 일처럼 인식된다. 그러다가 성인이 된 뒤 이제는 책이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나 실사로 극화한 영화로 보게 되는데 어린 시절 기억에 담아 두었던 그 동화책 속 이야기들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여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적지 않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가능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곳이 바로 디즈니다. 이곳은 특히 유럽권의 동화를 마치 자신들의 컨텐츠인양 만화로 꾸며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수많은 동화 속 캐릭터들을 일렬로 줄 세우다 보니 각각의 이야기는 이미 신물날 정도로 반복되었기에 이번엔 영화 숲속으로를 통해 애니메이션 버전의 어벤저스를 찍어버렸다. 

 

 

영화 숲속으로에 등장하는 동화 속 캐릭터는 모두 4 종류, 우선 신데렐라, 그리고 빨간모자, , 마지막으로 라푼젤이다. 영국의 잭과 콩나무의 주인공만 빼고는 모두 그림형제의 손끝에서 나온 캐릭터들이다. 물론 이들 영화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미 만화 영화와 실사 영화를 통해 그 기발한 아이디어를 뽐내며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내년에 개봉하는 신데렐라도 기대작이다. 동화 속 인물들이 하나의 작품에 모여서 과연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각각의 플롯이 다른데 서로 유기적으로 융합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하고 많은 공간 중에 왜 음습한 숲 속을 택한 것일까 하는 궁금함을 안고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초반부의 이야기는 각각의 동화를 그대로 따왔다. 계모와 마음씨 나쁜 언니들의 구박을 무릅쓰고 축제에 가고 싶어하는 신데렐라, 그리고 엄마의 등쌀에 밀려 억지로 소를 팔러 가는 잭, 마녀와 살고 있는 긴머리 소녀 라푼젤과 늑대와 악연에 시달리는 빨간 모자 소녀까지. 제 각각의 사연을 담고 있는 그들을 한데 어울리게 한 데는 베이커라는 가상의 불임부부와 마녀의 저주가 있었다. 이 마녀는 라푼젤의 그 마녀이기도 한데 자신의 회춘을 위해 4가지 신물을 가져오면 베이커 부부도 아이를 갖게 해주겠다는 제안으로 이 모든 캐릭터들은 한 곳에 모이게 된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방점은 앞 부분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후반부에 있다. 대개의 동화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난데없이 거인의 아내가 다시 등장해서 복수를 하고 도무지 크기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법한 작은 그들이 한데 힘을 합치고 서로의 입장에서 양보심을 발휘한다는 설정을 추가해 듣도 보도 못한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익숙한 것에서 너무 멀어지면 뜨악하다고 표현하지만 이들을 한데 뭉치게 만드는 데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의 결별 뒤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개의 동화 속 주인공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 공주에겐 왕자가 곁에 있어야 행복하고 아들에겐 부모가 있어야 어울린다. 그리고 남편에겐 아내가 있어야 잘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건만 이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모두 해체해버린다. 그리고 그 숲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앞날을 모색하는 장소로 제공된다.

 

 

사실 후반부에 들어오면 익사이팅 했던 앞부분과 달리 주변인물은 제거된 채 오로지 주인공들만 움직이는 모습들이 처연해 보인다. 숲 속에서 오락가락하며 갈 곳 몰라 하는 그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드러나고 만 셈이다. 디즈니 영화는 도입부분 디즈니 성을 띄우고 작품의 성향에 걸 맞는 이미지 컷을 삽입한다. 이 영화도 그 부분을 눈 여겨 본다면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숲속으로 (2014)

Into the Woods 
5.4
감독
롭 마샬
출연
메릴 스트립, 조니 뎁, 에밀리 블런트, 제임스 코덴, 안나 켄드릭
정보
판타지, 뮤지컬 | 미국 | 124 분 | 2014-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