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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별까지 7일 - [리뷰]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효준선생 2014. 12. 30. 07:30

 

 

 

 

  어떤 영화? 시한부 삶을 사는 엄마와 나머지 가족들의 절묘한 세상살이 

 

 

 

 

가족 구성원 중에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고 하면 그 때부터 그 집엔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먹구름으로 가득 찬다. 언제 그랬냐듯이 서로 눈치 보는 일도 잦아지고 가끔은 그 가족의 일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같은 시간들이 모두를 감싸 돌수록 그 어떤 집도 이런 일을 피해갈 수 없겠구나 싶으면서 좌절을 넘어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초반 심리적인 고통이 지배하는 이면엔 경제적인 문제도 도사리게 된다. 적지 않은 병원비를 내야하고 병구완을 해야 하는 문제하며 만약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장례 문제까지 피할 수 없는 현실과 직면한다. 그 정도가 되면 분명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분란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다.

 

 

일본 영화 이별까지 7일은 바로 이런 현상을 일본 특유의 조근조근한 감성과 여러가지 설정으로 잘 버무려 놓은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갑자기 뇌종양 소견을 보이는 엄마, 병원 의사는 이제 7일이 고비라고 말하고 남은 가족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갖가지 심정을 경험하게 된다. 엄마를 보내야 하는 상황과 그 뒤에 남은 경제적인 문제들. 아버지와 두 형제들에게 이 일주일은 어떤 시간이 될까

 

 

이 영화는 아픈 엄마의 병세를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부담은 주지 않는다. 간간히 등장하는 병원 장면에서 엄마는 단 한번도 그 엄청난 병마와 싸우는 환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그건 경증의 기억상실 정도며 오히려 꾀병인가 싶을 정도로 명랑해 보인다. 이 영화가 이런 식으로 투병장면을 심어 놓지 않은 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아픈 사람이 아니라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동생이 하는 말로 유추해보면 어른이 되기 전까지 히키코모리로 살았던 장남과 여전히 학생티를 벗지 못한 차남, 명색이 회사 사장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아버지를 사이에 놓고 뜻밖의 사건과 조우했을때의 이들의 감정 변화를 지켜보려고 한 것이다.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문제에 대해 이들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두 아들의 경우 자기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병이자 임신한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장남과 엄마에게 용돈 좀 달라고 떼를 쓰는 차남의 모습에서 과연 앞 세대의 죽음을 무사히 수행할 수 준비가 되었는지 묻고, 아내의 죽음 앞에서 당당하게 아내를 안심시키거나 아들들에게 듬직한 존재가 되지 못한 채 오히려 아들들에게 부담으로 지우려는 남편의 모습이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나 싶었다.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이들의 모습은 한국의 상황과 비슷한 점도 있고 좀 다른 점도 있다. 장남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안에 큰일이 생기며 큰 아들에게 밀어 놓는 것하며 처음엔 위로가 넘치지만 뒤로 갈수록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비록 긴박한 결정에선 다소 머뭇거리면서도 결코 큰 원 안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는다. 특히 장남과 차남의 역할이 잘 부각되는데 그만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이 두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서로에게 이기적인 책임전가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신기할 정도다.  만약 일방적으로 니가 다 해라고 했다면 이 가족의 이야기와 이 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뜻밖에도 따뜻한 결론을 맺는다. 기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애초부터 이 영화는 아픈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울고 짜며 억지 슬픔을 내보이려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주일 밖에 못살게 된 내 살붙이를 두고 각자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절반 정도는 우리 집도 비슷한 처지였는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모두(冒頭)에서 언급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앙금을 갖고 살고 있는 가족들도 있을 지 모른다. 이 영화는 그들과 앞으로 가족 누군가를 먼저 보내야 할 일을 맞게 될 대다수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은 화해의 메시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별까지 7일 (2015)

Our Family 
9.9
감독
이시이 유야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하라다 미에코, 이케마츠 소스케, 나가츠카 쿄조, 쿠로카와 메이
정보
드라마 | 일본 | 117 분 |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