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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엘의 선물 - [리뷰]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마음

효준선생 2014. 12. 24. 07:30

 

 

 

 

  어떤 영화? 아빠가 보고 싶은 꼬마와 어딘가 허술한 도둑의 성탄절 보내기 프로젝트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건 한 살 어린 여동생 때문이었다. 기억에는 열 살이 다되도록 진짜로 있다고 믿었으니 순진했던 건지 바보같았던 건지 모르겠는데 천 원짜리 종합선물세트에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던 날이 바로 성탄절이었으니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아버지로 대체되는 순간의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풍족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어도 떼를 쓰고 조르면 언제든지 그 정도 과자 선물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 놀라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그때 아랫방에 세 들어 살던 집 아이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아이를 위해 500원짜리 빨간 색 플라스틱 장화로 된, 역시 과자세트를 살그머니 그 방 앞에 놓아주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왜 남의 집에다 아까운 과자 세트를 놔주는 건지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집엔 아무도 산타 클로스 역할을 해줄 남자 어른이 없다는 사실과 주인집 아이들은 일년에 한 번 선물을 받느라 목을 빼고 기다리는 보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이 얼마나 크겠냐는 배려심에서 였다. 그 이후 더 이상 과자 선물은 받지 못했다. 대신 만천하에 드러난 산타 클로스와 명동 같은데 나가서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하는 걸로 비슷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내게 크리스마스란 예수의 생일이 아닌 아버지와의 명동 행을 의미했다.

 

 

영화 노엘의 선물은 역시 아버지 부재로 쓸쓸한 성탄절을 맞은 프랑스의 꼬마 앙트완이 우연히 마주친 산타를 가장한 도둑과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은 하룻 밤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시즌 영화로는 이보다 좋은 게 없을 정도로 파리의 야경과 성탄절 이브, 각 가정에서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지 구경도 하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처지의 한 세대 차이가 나는 두 남자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은 도둑의 실수기도 했지만 그만큼 어설프다는 설정이다. 비록 도둑질은 하지만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고 다른 패들에게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앙트완은 낯선 아저씨에게 왜 그렇게 매달리는 건지 의아했는데 바로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엄마와 살고 있고 산타 클로스를 만나면 썰매를 타고 아버지가 사는 별나라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바람 때문이었다. 아이를 대동하고 본격적으로 훔치기에 돌입한 두 사람, 남의 집에 들어가 금붙이 위주로 절도행각을 하지만 이내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그들은 남의 것을 훔치며 쾌감을 얻는 프로가 아닌 어느새 둘이 함께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밀도를 높이며 마치 의부와 아들 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특히 귀에 익숙한 팝송에 따라 밤에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에게 뭔가를 훔치게 하는 설정이 사실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도둑은 지속적으로 금이 있어야 썰매를 움직일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아이도 그렇게 손에 넣은 금으로 어서 썰매를 타고 아버지에게 가고 싶다고 할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행동에 부담을 느낀 도둑과 더 이상 썰매를 타고서는 아버지가 사는 곳으로 갈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앙트완, 어쩌면 두 사람은 비록 짧은 하룻밤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깨달음을 준 셈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는 도둑의 생각은 그 자체가 성장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작은 소품과도 같은 이야기다. 성탄절과 빼놓을 수 없는 산타 클로스를 등장시키고 일 년 내내 산타 할아버지만을 기다려온 아이들에게 이 영화는 비록 세상엔 있을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비싼 선물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일깨워 주는 것. 바쁘고 지치겠지만 함께 놀아주는 것 이상으로 산타 클로스의 역할을 잘 수행할 만한 게 또 어디 있겠는가그래봐야 딱 일년에 한 번인데아버지와 아이들은 그렇게 함께 자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노엘의 선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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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렉산더 코페르
출연
타하르 라힘, 빅토르 카발
정보
코미디, 가족 | 프랑스 | 81 분 |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