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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리뷰] 지금 곁에 없는 사랑

효준선생 2014. 12. 23. 07:30

 

 

 

 

어떤 영화?  스티븐 호킹의 성과와 사랑, 그 달콤함과 떪음에 대하여... 

 

 

 

현존하는 인물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늘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그랬다. 이 영화는 유명한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의 일상사에 대해 묘사한 영화다. 물론 일대기를 편년체로 다룬 것은 아니다. 주로 그가 가장 관심을 갖고 다룬 과학적 주제인 시간에 대해 그의 주장과 이론, 그리고 저작물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데 절반, 그리고 그의 아내였던 제인과의 행복했던 시절과 거리감이 생기면서 벌어진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머지를 차지 하고 있다.

 

 

유명 대학교 대학원생인 스티븐은 교내 행사에서 그의 아내가 되는 제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의 학업열의에 제동을 걸만한 시한부 선고에 잠시 주춤거리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가약을 맺는다. 루게릭병이라는 게 그렇듯, 스티븐의 신경계와 근육은 점차 불편해지고 그를 지켜보는 아내의 마음도 편치 못하다. 하지만 부지런한 천재의 학문적 행보는 하늘이 기적을 만들어 주었는지 의사가 밝힌 2년의 시간을 한없이 유예시켜주었다. 학계에서도 인정한 그의 학문적 성취로 그는 이제 세계적인 석학이 되었고 그의 이름 석 자 만으로도 어쩌면 그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는 그와 같은 그의 섹서스 스토리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건 아니다. 어렵사리 결혼을 하고 아이도 셋이나 두었지만 미묘하게 벌어지는 부부의 감정을 서두르지 않고 쫒아다닌다. 앞서 밝힌 과학자로서의 행보를 소개함에 살짝 가려진 부분이 없지 않지만 긴 병에 효자없다고 제인의 마음도 분명 갈등이 없을 리 없었을 것이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한 한 남자의 존재가 이들 부부에겐 분명히 애증의 대상이었을 것 같다. 영화에선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바로 셋째 아이의 출산과 관련된 가십, 그리고 결국 제인이 스티븐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들 부부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결국 오랜 지병과 간호에 지친 아내에 대한 배려라고만은 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막판에 스티븐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간호사의 등장으로 두 사람은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인지에 대한 애매한 판단이 남았지만 현실에서 각각 다른 반려자를 선택하고 좋은 친구로 남았다는 한 줄 클로징 멘트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기게 한다.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부부생활을 완성된 사랑의 실체라고 본 것은 아니다. 살아 헤어짐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바꿔 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만약 상대방이 자신의 능력 밖의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그래도 그 곁에 있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스티븐 호킹이 가끔 언론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로도 많은 루게릭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맞다. 하지만 신의 뜻대로도 할 수 없는 게 사람의 목숨이라면 그의 사랑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평생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그래서 제인과 그것으로 자주 충돌했다고 하는) 스티븐에게 당신은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겐 그의 위대한 학설 이상으로 궁금한 부분이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혹독한  질병이라는 루게릭 병 환자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영화 속 스티븐을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그 자체가 고통이지 않았을까 싶다. 메소드 연기를 위해 사지를 뒤틀어야 하는, 어설픈 연기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던 부분에서 그는 최선의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이미지를 위해 뿌연 안경을 쓴 채, 죽음을 앞두고도 마치 자신의 머릿 속에 든 모든 것을 꺼내 이론화하고자 한 어느 과학자의 모습을 그처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었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2014)

The Theory of Everything 
7.7
감독
제임스 마쉬
출연
에디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찰리 콕스, 해리 로이드, 데이빗 튤리스
정보
로맨스/멜로 | 영국 | 123 분 |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