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 - [리뷰] 13개월의 여정, 다시 제자리로...

효준선생 2014. 12. 21. 07:30

 

 

 

 

어떤 영화?  반지를 보면서 떠올린 시간들의 종착점

 

 

 

12이 되면 찾아오는 영화 호빗이 드디어 3년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비롯한 이 영화의 실타래가 끝을 보인 셈이니 영화가 만들어낸 이런저런 영향과 나름대로의 소회들을 하나 둘씩은 갖고 있을 것 같다. 지난 두 번의 시리즈 때는 개봉 전에 프리뷰까지 작성했지만 올해는 그러질 못했다. 들리는 소문에 이번 3탄의 대부분이 지금까지 얼굴을 비춘 각각의 부족들이 죄다 등장해서 서로의 무공을 뽐내는 걸로 채워진다 했다. 직접 보고 나니 왜 다들 싸우는 장면에 높은 점수를 주거나 경탄을 마지 않는지 이해는 된다. 광활한 분지성 평원에 모여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싸우는 장면은 근경과 원경을 오고 가며 박진감 있게 풀어냈고 이번에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서운했을 여러 크리처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흡한 줄거리는 아쉬웠다. 따져보면 이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원천엔 무엇이 있었나 하는 점이다. 부제처럼 다섯 부족이 군대를 거느리고 참전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그 목표들이 수많은 인명(?)살상을 대신할 정도로 의미가 있었나 하는 것들이다. 나약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인간들(이들은 싸운 것도 아니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은 살 터전마련과 거기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함이었지만 나머지 부족들은 불려오거나 혹은 헤게모니 쟁탈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일 뿐이고 엘프 족들의 경우엔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정리를 하자면 이번 대규모 동원령은 대단원의 마무리를 위해 그동안 호빗에 성원을 보여준 관객을 향한 커튼콜이 아니었나 싶다. 표면적으로는 소린을 주인공으로 삼아 제대로 된 리더십과 욕심은 구별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버릴 수 있는 건 버릴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계도적 교훈을 던져 놓았다. 이걸 어느 나라 정치인들에게 들이밀고 싶었던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현실에서 국민들이 다 죽어 나가자빠지는데 혼자서 왕관 쓰고 왕 노릇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괴수 용 스마우그가 모아놓은 금괴와 보석들도 그걸 탐내는 사람이 있어야 재화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게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고 배불리 먹고 살수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 영화의 제목으로 나온 호빗족 빌보의 역할이 부실해지고 말았다. 절대 반지와 신비의 돌을 주워 요걸 어디에 쓸까 고민을 하지만 덩치가 산만한 괴수들과 날렵하기가 이를 데 없는 다른 부족원 들 앞에서 그는 메신저의 역할로 만족하고 말았다. 이야기 뼈대의 부실은 애초 반지의 제왕에서 스핀오프 삼아 주인공으로 만든 호빗에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덧붙이려고 이러는 걸까 싶었을 때부터 예견된 것들이다. 만약 1편과 2편을 모두 본 관객이라면 난쟁이들의 거처를 되찾기 위해 스마우그가 사는 산까지 들어가고 원하는 것들을 하나 둘씩 얻어내는 한편 중간중간 위기를 만나고 극복하는 과정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마무리편이 되니 퇴로는 막히고 그동안 등장시켰던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할만한 건 파괴를 위한 전쟁뿐이라는 것이다. 전쟁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 목소리는 진군을 외치는 함성 속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어찌되었든 시리즈 3편은 다 본 셈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케이블 방송을 통해 이 세 편을 한꺼번에 틀어주겠지만 웅웅거리는 굉음과 함성소리만이 귓전에 남았던 오늘 스크린의 전투 장면은 기억해 두었다가 챙겨 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영상은 극장이 아니라면 체감할 수도 없을 테니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양진석이 씨네필 소울)

 

 

 

 

 

 

 


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14)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8.2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반젤린 릴리, 리 페이스
정보
판타지 | 뉴질랜드, 미국 | 144 분 | 2014-12-17

* 영화 상의원 포스팅 하단에 돌발 퀴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