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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리뷰] 세상의 모든 것엔 돌아갈 곳이 있다

효준선생 2014. 12. 20. 07:30

 

 

 

 

  어떤 영화? 홈 스위트 홈을 표방한 '따순' 가족영화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굴이 있는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성어로 미물들도 비록 몸은 타지에 있어도 모두 고향을 마음에 두고 산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물며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각종 개발과 도시의 재정비로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이 부족할테지만 그래도 가끔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지나기라도 하면 어느새 마음 한 켠이 촉촉해진다. 오래 전 떠난 고향만이 사람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건 아니다. 새벽같이 일하러 나갔다가 밤이 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다려 줄 가족이 있고 따뜻하게 덥혀진 방에 한 발 내딛는 순간 하루의 노고가 스르르 풀린다. 고향이나 집이나 돌아갈 수 있을 때 행복을 준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적 곤란으로, 혹은 부부의 이별로, 혹은 저 세상에 먼저간 사랑하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사는 사람들. 추억은 가슴에 묻고 언젠가 돌아갈 그 곳을 떠올려 보지만 지금 있는 곳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래 머물기에 적합한 곳은 아닌 듯싶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안으로 하고 있다. 3년 전쯤에 이 소설을 우연히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개를 훔치려고 무척 애를 장면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한국화된 영화를 보니 미국 소설에선 크게 와 닿지 않았던 우리들의 정()이 감성을 자극하는 바람에 아역배우가 우는 장면에서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 말았다. 어쩌면 저 아이처럼 진짜로 돌아갈 곳이 없는 처지때문였던 것 같다.

 

 

부모의 헤어짐으로 인해 거리에 나앉은 엄마와 남매, 예전에 피자장사를 한 적이 남아 있는 작은 승합차에 허접한 가재도구를 싣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아는 친구라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릴테고 남들은 다 부모와 함께 좋은 집에 사는데 그걸 탓할 나이기도 하지만 8살 초등학생 지소는 현실을 직시한다. 바로 자신의 노력을 돈을 구해 집을 사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 어린 아이가 어디서 그 엄청난 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부질없는 생각일 것 같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들의 맹활약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웃겼다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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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무래도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적지 않게 반영한 듯 싶었다. 주요  배경이 되는 레스토랑 마르세와 월리라는 강아지.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틈을 보는 아이들의 면면이 약간 이질적인 감촉을 준다. 하지만 그건 표피적인 것들일 뿐 어른 보다 더 영민한 해결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서슴없이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부티가 나는 개를 훔치고 현상금이 붙으면 개를 돌려주고 돈 500만원을 받으려는 아이들, 깜찍한 생각이지만 남의 것을 훔치는 건 기본적으로 불법인지라 절도와 사죄, 그리고 용서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순을 무리 없이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훔치는 것 이상으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곳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바꿔 말하자면 현실에 안주하며 행복해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찾아야 하는 건 예전에 행복했던 시절로, 그리고 작은 공간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의 귀환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길거리 생활을 하는 지소남매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세 손가락 아저씨라고 부르는 정체 불명의 남자, 그리고 할머니와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 월리까지. 그들이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유난히 숫자 500에 집착한다. 집을 사고 싶어 할 때도, 동생에게 군것질 하라고 주는 돈도, 남편을 찾는다는 현상금에 붙은 돈도 모두 500이다. 뒤에 붙는 단위는 다르지만 500으로 연상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아이들의 시선에 맞춘 카메라 워크와 마치 공작시간에 만들법한 알록달록한 팝업 북들이 영화를 보다 경쾌하게 만들어 준다. 작은 피자 배달차를 개조해 생활공간으로 만든 것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쓴듯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한 세 명의 아역배우들이 이 영화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작년 영화 소원에서 정말 어려운 연기를 해낸 이레와 친구(이지원)와 동생(홍은택)으로 나온 세 아역배우들을 무한히 칭찬해주고 싶었다   

 

 

곧 겨울방학이다. 맨날 학원 셔틀버스에 갇히다시피한 아이들과 오늘도 갈 곳몰라 서성거리는 학부형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겨울엔 이런 영화가 참 잘 어울릴 듯싶다. 마치 근사한 별장에 놓인 벽난로 같은 역할을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선정한 2014년 따뜻한 영화 후보작

 

 

 

 

월리라고 불린 저 강아지(본명은 개리)의 쇼맨쉽은 이 영화를 윤기나게 해주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014)

How to Steal a Dog 
9.1
감독
김성호
출연
김혜자, 이레,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110 분 | 201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