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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 [리뷰]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

효준선생 2014. 12. 19. 11:05

 

 

 

 

  어떤 영화?  동료애와 보너스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인간 군상의 다양성 

 

 

 

경제 민주화가 정치인의 식언(食言)으로 유예된 상황에서 임금에 기대어 한 달을 사는 봉급자들에게 고용이란 곧바로 생계와 직결된다. 수입이 없으면 가계를 꾸릴 수 없게 되고 그 이후의 삶은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린 잘 사는 서방국가 국민들은 우리와 비교해 풍족한 삶을 살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도 고용과 관련된 두려움은 매 한가지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작품이어서, 또는 연기력 출중한 마리옹 꼬띠아르가 나오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영화가 다루고 있는 상황 자체가 우리의 오늘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선 '경단녀'라는 단어가 떠돈다. 취업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여성 노동자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이나 사회가 그들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많은 않은 게 사실이고 그들도 수용하기엔 쉽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예전보다 못한 처우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임금조정만 되면 채용 후에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그녀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직원이나 아니며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려고 하는 신입사원 입장에선 혹시라도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경쟁자가 아닐까 염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상황을 건드린다.

 

 

프랑스 모처의 작은 조립공장, 한 팀의 직원은 1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전 한 여직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두었다가 다시 복직을 하게 된 시점이다. 그런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녀를 받아들이는 대신 각자 1000유로씩 보너스를 받는 제안이 있었다. 다른 노동자들에겐 갑자기 생긴 보너스에 반색을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한때나마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복직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까 봐 망설이던 참이었다. 여자는 사장과 이야기 끝에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과반수를 넘는 찬성표가 나오면 복직을 허가하겠다고 하고 대신 보너스는 없는 일로 하겠다고 한다. , 이제 여자와 직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달콤한 보너스인가 아니면 옛 동료의 복직인가. 투표의 그날까지는 이제 이틀, 가가호호 방문하며 의사를 묻고 다니는 여자, 과연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복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두 열 여섯 명의 집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갈구하는 여자의 뒷모습은 당연히 좋을 리 없다. 수시로 삼키는 알약을 보면 여태 몸 상태가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일희일비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반응에 그녀 말고 보는 관객들도 호응하며 지치고 말았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건, 만약 16명이 정확하게 절반씩 찬성과 반대의사를 표시했다면 그건 복직을 허가하는 과반수를 넘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축구에서 승부차기를 하듯, 찬성과 반대의견이 동수 혹은 우세와 열세의 상황을 오고 가는 사이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게 그녀가 동료들을 만나는 과정이 같은 건 아니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본디 성품도 각각이고 그들이 처한 근로 조건이라는 게 모두가 같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녀에게 필요한 모두 9표의 찬성표는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가장 좋은 건 복직도 되고 보너스도 나눠 가질 수 있다면 하는 것이고 차선책은 복직은 시키되 급여의 일부를 사원들과 나누는 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후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로지 16명이라는 T.O안에서 조직은 꾸려져야 했고 그녀가 복직된다면 그 말은 누군가는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누구라도 그녀의 처지로 돌변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보너스를 포기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이 영화가 게임의 룰을 다소 비튼 부분은 평소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해서 그녀의 편을 들어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대로 소원한 관계였다고 그녀를 반대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실 면전에서는 지지한다고 해도 막상 현장에선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 그녀가 만난 16명의 입장에 대해 보는 내내 혹시라도 반전의 상황이 전개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분위기가 압도했다. 바로 이 부분이 다르덴 형제 감독의 연출 힘이다. 물론 막판 하나의 에피소드를 더 추가해서 왜 이 영화가 단순히 한 여성 노동자의 복직여부만 확인하는 단편적인 영화가 아닌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용주들은 언제든지 직원을 뽑아 쓰고 경기가 나쁘면 해고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피고용자들은 그 점을 가장 불안해 한다. 그 정서적 갭을 제도와 법으로 고정시켜 놓았지만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 드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절대 깨지지 않는 철밥그릇이라고 믿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선택만이 영화 속 상황처럼 존재한다면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살벌한 정글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 선택은 서늘하다. 그리고 현실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 내 일만을 위한 시간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어차피 대다수가 을()의 처지들 아닌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 씨네필 소울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외국영화 드라마 장르 후보작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10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