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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맵 투 더 스타 - [리뷰] 헐리웃 스타 시스템에 가려진 별들의 민낯

효준선생 2014. 12. 17. 07:30

 

 

 

 

  어떤 영화? 화려한 배우로서의 삶의 이면, 병폐적 연예계에 대한 크로넨버그 감독의 경종 

 

 

 

배우를 한자로 표기하면 俳優. 그런데 이 한자만 놓고 보면 그 뜻이 그렇게 좋은 건 만은 아니다. ‘사람이 아니거나 혹은 근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차피 모든 명사는 그 단어가 만들어 질 당시 목적물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 하면 배우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한자 단어가 적확하게 맞아 떨어진 영화 한편이 선을 보였다. 영화 맵 투 더 스타. 데이빗 크로넨버그 스타일의 진중한 스릴러 영화인데 보는 내내 얽히고 설킨 등장인물간의 묘한 심리전과 이어서 무슨 행동이 벌어질까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엔 헐리웃 유명 스타 배우들이 마치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듯한 실제적인 모습이 투영되어 이거 진짜 저런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핍진함에 놀라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 축엔 두 배우(역할)가 있다. 한 명은 인기하락세로 잘 찾아주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중년의 여배우. 다른 한 명은 아역 스타로 대접은 받지만 어느 새 자기 보다 더 어린 아역 배우에게 몫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며 불안해 하는 13세 남자 아역배역이다. 이 둘은 묘한 관계로 얽혀 있지만 두 사람이 상호 작용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불쑥 나타난 한 여자로 인해 이 두 사람,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마치 오래 전 학질에 걸렸던 것이 재발된 듯 벌벌 떨게 될 일이 생긴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 오래 전 있었던 일은 모든 사람들에겐 불문율과 같은 것이지만 조금씩 드러날 수 없는 상황 전개로 인해 묘한 긴장감이 끊이질 않는다. 이 영화에선 물과 불이 등장 인물의 성격과 사건의 빌미를 규정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된다.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게 타올랐다가도 어느새 물처럼 차갑게 식어버릴 수 도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 어떤 배우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가 없던 일이 되면 '물 먹었다'고 하듯, 인기란 그런 것들이다 

 

 

이 모든 걸 큰 범위에서 놓고 보면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의 겉과 속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중적 생활과 마음 때문에 벌어지는 정황들이다. 대중을 앞에 두고선 밝게 웃어야 하는 그들이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자연인으로서의 심성이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리 없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조금 더 심각한 수준에서 자아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걸 상징하듯 예외 없이 약물과 환각이 추가된다. 단순한 말초적 쾌락을 위해서는 아닌 듯 했다. 정상급 인기 배우로서 살다 보니 쌓이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언제 이 인기가 포말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고 하나의 배역을 두고 경쟁하듯 벌어지는 캐스팅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마치 루저가 되는 것 같은 지독함 상실감이 그들을 엄습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엔 한 가지 청소년 관람불가가 될 수 밖에 없는 요소를 선택한다. 눈에 보이는 노출이나 잔인한 피칠갑이 아닌 인륜과 관련된 부분이다. 감독이 왜 그걸 선택했을까를 고민해 보니, “지들끼리만 놀고 앉았네하는 작금의 영화계에 대한 조소가 아닌가 싶었다. 늘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협업이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그러다 보니 비슷한 영화들이 양산되고 아무개 감독이라 하면 미 개봉 영화임에도 대충 분위기가 파악되는, 요즘 쏟아지는 어떤 영화 제작진이 만든…” 이런 홍보문구에 연용된다. 그런 차원에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독특한 성향의 영화들은 따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이라고 치부된다. 이런 건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함께 일하면 불편하다고 말 많은, 반대로 특정 배우나 스탭이 아니면 같이 일 못해 라고 고집을 부리는 배우까지. 겉으로는 화려함에 그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이런저런 가십과 스캔들로 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는 그곳이 아니던가.

 

 

유명한 할리우드라는 영어 입간판으로 유명한 그곳이 배경으로 잡혀 나왔다. 영화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고 연기하는 사람들은 비록 일반인이나 가족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들 역시 아주 유명한 배우들이다. 그들이 이 영화에서 연기를 하면서, 어쩌면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네' 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자기 얘기를 표현하는 데 그보다 더 잘할 배우는 없다. 특히 줄리안 무어와 미아 와시코브스카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로버트 패틴슨은 크로넨버그의 전작인 영화 코스모폴리스의 주연에 이어 이번 영화에선 키맨으로 나온다. 

 

 

 

 


맵 투 더 스타 (2014)

Maps to the Stars 
10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줄리안 무어, 미아 와시코브스카, 사라 가돈, 존 쿠색, 로버트 패틴슨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캐나다, 미국, 독일, 프랑스 | 111 분 | 2014-12-25

 

* 씨네필 소울이 뽑은 2014년 올해의 스릴러 영화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