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러브, 로지 - [리뷰] 지음(知音)에게

효준선생 2014. 12. 12. 07:30

 

 

 

 

어떤 영화?  진짜 인연찾기에 대한 경쾌한 행보  

 

 

 

 

그들은 좀더 일찍 서로에 대해 속마음을 터 놓지 못한 채 망설였을까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책임을 진다는 게 무서웠을 수도 있고 살붙이 같아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두 사람이 인연이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서로에게 짝이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도 멀어지는 게 항상임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두 사람,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감출 수 없다.

 

 

영화 러브, 로지는 영국의 두 남녀가 스물이라는 나이를 넘어 약 12년 동안 둘 사이에 벌어진 연애사담을 풀어 놓는데 주력한다.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 좀 다른 건 금세 이어질 듯한 두 사람의 관계가 마치 자석의 같은 극성이 만나듯 자꾸 튕겨나가며 다시 멀어지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마치 손바닥 보듯 꿰고 있는데 관심도 작지 않다. 하지만 단 한가지 남녀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대범하게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조금 신경을 썼으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첫 사랑이 될 확률이 무척 높았다. 그런데 황당한 실수로 말미암아 각자의 파트너가 뒤바뀌고 이를 극복하는데는 무수한 조연들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여자가 아이를 낳고 입양계획을 포기한 뒤, 아이 아빠도 아니면서 아이의 대부가 되어줄까 라고 묻자 더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여자. 단서로 작용하지만 사실 이런 정서가 우리에게 딱히 부합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진짜 아빠가 등장하고 다시 멀어진 남녀, 미국의 보스턴과 영국이라는 거리감, 의대 출신의 남자와 호텔 컨시어지로 일하는 여자,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서로를 필요로 할 때마다 누군가 곁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는 아이러니는 이들의 해후를 더디게 했던 모양이다.

 

 

영화 초반부 여자 역시 남자와 보스턴을 계획했다가 임신 사실에 그냥 포기하고 주저앉는 설정이 나온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입양을 시키고 남자가 공부하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면 이들은 커플이 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이들의 사이를 인연으로 치장할 수 있었던 건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 사이에 벌어졌던 여러 가지 애정사가 그들을 단련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만약 별 일 없이 다시 말해 이성적인 유혹이나 자극이 없었다면 이들은 과연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줄 필요를 느꼈을까

 

 

영화는 쉴새 없이 묻는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냐고, 남자가 말한 것처럼 여자가 행복해 보이는 시간을 잊기 위해 자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들과 함께 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고, 그랬더니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과연 이런 사람에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한 명의 여자가 될 수 있기는 한 걸까.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친 아버지를 찾는 대신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데 경계함이 별로 없다.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쨌거나 둘이 만났으니 된 것 아니냐고 한다면, 글쎄 몇 년 뒤의 두 사람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답하겠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당기는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그 사랑은 별볼일 없을 테니 그럼 변하는 게 당연하다.

 

 

재작년 백설공주로 나와 기억에 각인된 바 있는 필 콜린스의 딸인 릴리 콜린스는 이제 소녀의 티를 벗고 어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짙은 눈썹이 그녀를 기억하게 했지만 이젠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도 자주 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러브, 로지 (2014)

Love, Rosie 
8.1
감독
크리스티안 디터
출연
릴리 콜린스, 샘 클라플린, 탬신 에거튼, 크리스찬 쿠크, 아트 파킨슨
정보
로맨스/멜로 | 독일, 영국 | 102 분 |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