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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미 - [리뷰]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자유를 생각하다

효준선생 2014. 12. 9. 07:30

 

 

 

 

  어떤 영화?  무엇이든 하고픈 걸 할 자유, 함께 살아야할 이치를 알려준 엄마의 이야기 

 

 

 

엄마에게 자식은 그 자식이 몇 살이 되었든 상관없이 보살펴주어야 할 어린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자기보다 키가 한 뼘이나 커졌지만 남과는 조금 다른 성장기를 보내는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늘 편치 못하다. 하지만 지켜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 아들 곁에만 있을 수 없는 건 먹고 살아야 할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영화 마미의 연출을 맡은 캐나다의 청년 거장 자비에 돌란은 이번 영화에서도 외부의 물리적 충격이 만들어 내는 사건이 위주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에서 벌어지는 감정적 소비에 치중하며 의미 있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주인공 소년 스티브는 ADHD 증후군(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을 앓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 후에 심인성으로 인한 것으로 혼자 남자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입장에선 결코 만만한 육아가 아닌 셈이다. 사춘기를 지나 곧 어른이 될 지점의 남자아이들이 보이는 평균적인 거칠고 배려심 부족함 그 이상의 성향을 가진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심란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엄마는 잘 내색하지 않는다. 그저 품에 안을 뿐이다. 시설에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둘 만의 공간에서의 동거가 시작되고 그들 앞에 나타난 이웃집 아줌마의 존재는 엄마가 품어 주지 못하는 좀더 자상함이나 이성(理性)적 배려를 보완해주는 고마운 힘이 되었다.

 

 

아이가 성장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부모와 가족, 친구, 지인들. 그러나 스티브에겐 엄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학교 생활도 원만할 수 없는 건 단순히 질환 탓도 아닌 것 같다. 어른에게 쌍욕을 해대고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난리를 침에도 그런 그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실 행동 장애는 어른이 되면 조금씩 고쳐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어른이 되려는 순간까지의 시간을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른이 되고 보면 마치 혼자서 이만큼 컸다고 생각하고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 자기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여 그 마음을 효도로 전환하기에 이미 늦었을 수도 있겠다. 만약 스티브가 나중 어른이 되고 난 뒤 부모가 된다면 지금의 엄마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게 될까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정서적 결핍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산다. 남편을 잃고 이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남과는 조금 다른 성장기를 보내는 아들, 그리고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어눌증에 걸린 이웃집 여자까지. 이 세 사람은 혼자로서는 불편할 수 없는 빈 공간을 타인에게서 메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이 다소 거칠거나 위험스러워 보이지만 대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화면 배율이 무척이나 독특하다. 시작부터 화면의 절반만 사용한다. 좀 답답한 구석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인물들의 현재 상황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화면이 확대되는데 첫 번째가 세 사람이 길에서 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며 활보하는 장면, 그리도 두 번째가 자동차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자유와 구속이라는 두 개의 컨셉을 오고 가는 셈이다. 엄마는 운전하고 가면서 이런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서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꿈. 부모로서의 다 같은 바람이 아닐까

 

                  

 

세상엔 아주 평범한 일에 대해 고마워 하며 사는 걸 잠시 잊고 살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부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잘 견디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옭아매는, 사실 그런 것보다 가치 있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의 쾌감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린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리치고 싶은 걸 억누르고, 배우고 싶지 않은 걸 배워야 하고 먹기 싫은 걸 먹어야 하는 법을 배우며 어른이 된다. 영화에선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걸 질환으로 설정했지만 터뜨려야 자유롭다면 해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 영화 마미는 모자 관계를 틈타 개인적 자유에 대한 황홀한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미 (2014)

Mommy 
10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안느 도발, 앙투안-올리비에 필롱, 쉬잔느 클레몽, 알렉상드르 고예, 패트릭 후아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 138 분 |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