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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리뷰] 백년 해로의 꿈

효준선생 2014. 12. 10. 07:30

 

 

 

 

  어떤 영화? 엄청난 물량을 넣지 않고도 관객들을 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다큐 

 

 

 

 

나이가 들면서 어딘가가 전과 달리 부실해지고 병원 행차가 빈번해지면 그제서야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자꾸 나이 들어가는 걸 부정하면서 인간에겐 삶과 죽음에 대한 번뇌가 늘어간다. 젊었을 때야 쇠도 씹어 먹고 하늘도 날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자기 마음 같지 않아 질 때 일단 한번 정도는 좌절의 순간이 온다. ‘나도 늙는구나그리고 주변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목도하고 나면 그제서야 죽음이란게 결코 누구라고 해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닫고 사는 방식이 전과 달리 진지해진다.

 

 

노인들은 입만 떼면 늙으면 죽어야지하고 하면서도 그마저도 제 마음 같지 않다고 한탄 아닌 한탄을 한다. 그 속마음은 그래도 살 때까지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어찌되었든 전엔 60살만 되면 환갑이라고 해서 잔칫상을 받고는 했지만 이젠 일흔이 되어도 노인 취급도 못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다. 노인의 개념이 변하긴 했어도 그 노인이 우리의 부모라고 한다면 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농경시대에는 한 가족이 한 울타리나 같은 동네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어디 그런가. 촌로들만 남은 시골 집에 노인 한 명이 우두커니 빈집을 지키고 때나 되면 찾는 자손들 기다리는 낙에 산다는 걸. 아마 그들이 부모 나이나 되어야 비로소 알 일이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오는 두 노인 부부의 올해 연세는 90세를 훌쩍 넘겼다. 백수에 가깝게 장수를 한 할아버지와 9살 아래 할머니의 하루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두 분이서 사는 데 별다른 이야기가 있겠냐 싶지만 그 연세에 소소한 집안일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게 마치 어린아이 물가에 내놓은 듯 위태로워 보여도 그래도 의지가 되는 건 당연히 금슬 좋은 반려자 덕이다. 14살에 시집을 와(정확하게는 할아버지가 할머니 집에 일을 하러 들어왔다고 함) 그렇게 산지 76, 도무지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해로한 셈이지만 지금도 할머니를 어루만지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할아버지에겐 정말 하늘이 짝 지어준 천사 표 아내였던 셈이다. 과거 형을 쓴 이유는 영화 시작과 끝 장면을 장식한 할아버지 묘소에서 울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때문이다. 이미 작고 하신 할아버지의 옛 모습은 이야기 중간부터 볼 수 있고 그 때만 해도 산에서 간단한 나무를 하거나 빗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정했었지만 촬영을 거듭하면서 초췌해지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 영화는 요즘 대세인 관찰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어 엔딩 노트를 쓴 셈이다.

 

                   

 

기껏 쓸어 놓은 낙엽을 할머니를 향해 뿌리거나 꽃을 꺾어 할머니에게 주거나 개울에서 그릇을 씻는 할머니에게 싱거운 장난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어느새 조금씩 야위어가고 무거운 음악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짐작했던 장면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해 할머니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것처럼 얘기한다. 그리고 그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죽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내복과 할아버지의 옷을 태우는 장면, 그리고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던 강아지가 먼저 죽은 뒤 쓸쓸하게 읊조리던 장면들이 당연해 보이면서도 울컥하게 하는 뭔가가 생겨났다.

 

                  

 

누군가는 죽음을 다룬 영화인지라 신파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토록 인생을 꾸밈없이 마무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걸 어찌 신파라고만 할 수 있겠나. 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할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이 한국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대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느지막이 효도하지 못했다며 울먹이는 자식들보다 그저 편안하게 보내주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알려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눈이 내리는 날, 떼도 입히지 않은 봉분 앞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졸수(卒壽)의 할머니에게 남아 있는 삶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누구라도 요단강을 앞에 둔 그 길에 설 것을 생각해보니 오늘이라는 시간이 달라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앞이 잘 안보이고 귀도 어둡지만 매일 밤 아내를 어루만져야 잠을 잘 수 있다는 할아버지.

 

돌발퀴즈: 극중에서 이들 부부가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9.5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 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