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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수리 5형제 - [리뷰] 우리는 어쩌다 보니 남매입니다

효준선생 2014. 12. 7. 07:30

 

 

 

 

  어떤 영화? 가족의 재구성에서 시작해 범죄의 재구성으로 끝나다 

 

 

 

 

7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에게 브라운관에서 해주던 만화 영화 독수리 5형제는 설사 그것이 이웃나라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해도 괘념치 않고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놀만한 것도 학교 수업이 파한 뒤 사설학원에도 다니지 않았을 때니 오후 5시가 되면 다들 각자 집으로 가든지, 혹은 텔레비전이 있는 친구 집에 옹기종기 모여 인기 만화 영화를 시청하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당시엔 만화 영화가 최고의 핫 아이템인지라 시청을 마치고 동네 골목으로 흩어져 나온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알록달록한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자기가 독수리 몇 호 인지를 밝히며 나는 흉내를 내곤 했다. 독수리 5형제의 이미지는 그렇게 아이들의 기억 일부분을 차지 하고 있었다.

 

                                     

 

영화 덕수리 5형제는 가공의 지명인 덕수리에 살고 있는 한 재혼 부부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그들의 자식들이 펼치는 해프닝을 코믹과 스릴러 요소와 버물린 조금은 독특한 취향의 영화다. 물론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명한 만화 영화에서 주인공 남매의 모티프를 따온 것으로 보이며 조금 더 나가서 이 영화가 단순히 가족의 재구성을 넘어서 범죄의 재구성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 범죄 현장에서 비로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게 된다는, 옛날 만화에서도 서로 투닥거리다가도 미션을 앞두고 단결한다는 설정과도 흡사해보였다.

 

                                     

 

이 영화의 화자는 뜻밖에도 막내다. 그녀는 이제 15살이지만 재혼 가정에서 새로운 탄생이자 아빠와 엄마 쪽 자식들을 이어지는 공통 분모를 지닌 셈이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그녀의 시선은 가장 철들 상태이고 상대적으로 언니 오빠들은 그들의 현재 나이나 직업과는 별개로 어딘가 부족한 면이 차고 넘쳐 보인다. 세상이 험해서 눈뜨고도 코베인다는 세상이고 각자가 공무원의 상징과 막 나가는 상징을 내세우지만 둘다 실속 없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영화는 이들 5남매의 좌충우돌 가족만들기에 그치지 않았다. 덕수리에서 발생한 연이은 잔혹한 사건이 도대체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내야 하는 의문이 던져진 뒤로는 용의선상에 떠오르는 몇몇의 인물에서 지금 세상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전과범이자 어딘지 외모상으로 험상궃게 생겼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고 의심을 받아야 한다는 설정. 그들이 진범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일반적인 삐딱한 시선들이 그들을 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갑갑해졌다.

 

                                     

 

부모의 실종, 어느 모델의 실종들이 이어지고 그 사건 중심에서 뜻밖의 인물리 부각되고 우린 그가 설마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이미지에 갇혀 있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우를 범하고 만다. 이 영화는 애매한 가족을 억지로 하나의 새로운 가족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방편으로 소동과 위기 탈출의 과정을 통해 신파까지 끼어넣으며 분투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을 만한 부분은 역시 범인 찾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동네 파출소장이 입만 벌리면 떠드는 무사고 지역에서의 정년퇴임과 상반되는 일들이 벌어진 셈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제목의 덕수리 5형제에서 5형제 보다 덕수리가 더 부각되는 셈이다.

 

                                       

 

어차피 이들이 진정한 가족이 될 거라고는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무탈하게 살면 그만이다. 대신 저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부모들이 만들어 준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인생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보는 송새벽과 이아이의 똘끼 넘치는 연기가 반갑고 비틀거릴 수도 있을 코미디 영화를 지탱하게 해준다. 물론 생각지도 않았던 역할로 등장하는 한 인물의 반전 매력은 올해 나온 그의 전작에 이어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덕수리 5형제 (2014)

8
감독
전형준
출연
윤상현, 송새벽, 이아이, 찬성, 김지민
정보
코미디, 스릴러 | 한국 | 102 분 | 201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