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쿼바디스 - [리뷰] 다수의 암묵적 동의가 괴물을 만들다

효준선생 2014. 12. 8. 07:30

 

 

 

 

  어떤 영화? 한국 기독교계의 병폐에 대해 비수를 꽂는 탐사 다큐멘터리 & 블랙 코미디

 

 

 

편의점이 그렇게 많다고 해도 각지에 들어선 교회 수의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면 밤에 높은 곳에 올라가 붉은 네온 등으로 치장한 십자가 개수를 세보라. 어느 외국인이 남산에 올라갔다가 서울은 마치 묘지같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니 그 붉은 십자가가 과연 구원으로 향하는 동앗줄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호객하기 위한 선전도구 인지 그것도 궁금해진다.

 

                 

 

영화 쿼바디스는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교회의 민낯을 샅샅이 파헤친 문제작이다. 이 영화의 연출은 맡은 김재환 감독은 전작인 [영화 트루맛 쇼->리뷰보기], 영화 [MB의 추억-리뷰보기]을 통해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을 화면 앞으로 끌고 나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같은 궤도를 달린다. 전작보다 좀더 진일보해졌다고 보이는 점은 다큐멘터리 임에도 연기자들을 동원해서 인터뷰이로 삼아 고발과 대상을 향한 조소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특정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메스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감독이 밝혔듯 자신도 기독교 신자지만 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지금의 교회는 물신숭배의 극단에 치달으며 종교의 가장 중요한 것이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닌 교회의 특수 관계인, 예를 들어 소수의 목사들이 교회의 자산을 사유화하고 그걸 친인척들에게 세습하려는데 있다고 꼬집는다. 이번 영화에선 이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점점 대형화 되어가는 교회의 겉모습에서 마치 대형 쇼핑몰을 찾는 대중처럼 몰려드는 신도들. 설교랍시고 몇 시간 듣고는 감화된 듯 헌금을 쏟아 붓고는 나중에 자신도 천국 가겠지하며 흡족해 하는 모습들이 지금 그들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문제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들을 보는 비기독교인들의 시선을 마치 사탄의 그것이라고 하며 철저히 배척하거나 심지어 개종 시도까지 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들이 믿는 신만이 유일하고 타 종교에 대한 무례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그들이 믿는 신앙은 그저 세를 믿고 날뛰는 모리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기독교가 근대 한국에 착종한 지도 수 백 년이 흘렀다. 초기 쉽지 않았던 토양에서 어렵사리 뿌리를 내린 기독교가 한국전쟁과 미국에서 유입되어 들어온 교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럿으로 분화되고 그들끼리의 경쟁이 지금 이런 볼륨 싸움의 근원이 된 이유도 있다. 영화에선 헬기를 타고 돌아본 대형 교회의 외관이 공룡처럼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정말 저곳에서 열심히 기도를 하고 목사 앞에서 거액을 쾌척하면 소위 천국에 갈 수 있단 말인가.

 

                 

 

천국이 있다는 말도 믿지 않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다. 단지 살아 생전에 남에게 모진 짓을 하고도 그저 교인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들이 그토록 떠드는 파라다이스 행 기차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가관이다. 물론 이웃을 사랑하려고 실천하는 교인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부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교리가 아닌 외관에 집착할수록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돈이고 돈 앞에서는 그 무엇도 제 정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극 중엔 실제 목회자들의 실명과 얼굴이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그들을 모두 죄악시 해선 안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마치 신으로 받들어서야 되겠는가.

 

                 

 

다시 창문을 열고 멀리 내다본다. 인근에 큰 교회 십자가 하나가 이 밤에 주위의 불 빛을 빨아들인 채 유독 빛이 난다. 마치 자신들이 이 나라의 주류인듯 뻐기는 소수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무리들이 솔직히 버겁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중엔 주장에 반대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들의 믿음을 맹신이라고 꼬집는 게 아니다. 소신대로 종교활동을 하고 더불어 자신과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나누고 배우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시멘트나 벽돌 같은 교회 건물따위에다 충심을 다할 게 아니라 종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곰곰이 새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쩌면 연출을 맡은 감독의 속내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전작인 MB의 추억이 어른거리고 영화 카트의 모티프가 되는 장면들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보너스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쿼바디스 (2014)

QUO VADIS 
7.6
감독
김재환
출연
이종윤, 안석환, 남명렬, 최승호, 이상호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5 분 | 2014-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