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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 [리뷰] 시나브로 나이듦에 관하여

효준선생 2014. 12. 5. 07:30

 

 

 

 

 

  어떤 영화? 멋진 스위스 풍경을 배경으로 세 여배우의 일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함 

 

 

 

공주처럼 평생을 살지 않았을까 싶었던 한 유명 여배우가 얼마전 타계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작년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조금 아팠다고 하던 모습이 떠올랐지만 유쾌하게만 보이던 모습에서 검은 휘장을 연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죽음은 누구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그렇게 되기 까지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무도 없앴을 수 없는 것이다.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보면서 한때는 여주인공으로만 각광받던 여배우가 이젠 주인공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인공이 아닌 조연의 역할로 만족해야 하는 그 심정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여러 여배우의 모습과 오버랩 시켜 보았다.

 

                        

 

어느 배우의 인터뷰에서 한창때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으레 주인공 대사에 먼저 눈이 갔는데 한동안 시나리오도 들어오지 않으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런 와중에 받아 본 시나리오에서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부모 역할이 주어졌을 때의 허전한 마음을 이제는 알겠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세월은 배우의 주름살을 만들어 놓고 갔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젊은 시절, 언제나 영원할 것 같았던 모습이 어느새 거울을 보면 어느 중년 아저씨가 버티고 있고 그 모습도 곱게 나이 들어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그걸 받아들이는게 쉽지 않을테고 그러다 우울증 같은 것도 온다고 한다.

 

                    

 

젊은 시절 여주인공 역할을 했다가 그 상대역이 공연이 끝난 뒤 애석하게도 죽게 되자 심리적 위축을 안고 다시는 안하고 싶었던 그 공연이 이제 중년이 된 그녀 앞에 놓인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주어진 역할이 주연이 아닌 조연. 망설여보지만 주변의 간곡한 부탁과 그녀 스스로 마음을 다잡은 뒤에 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저런 관계자들과의 마찰과 뜻밖의 사건들로 인해 과연 그 공연이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영화는 한 중년 여배우의 애틋한 회고록 같기도 하다. 아직 무대 위에선 멋진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세상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장강의 뒷 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게 자연의 이치라지만 자신이 그런 입장에 서게 될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렇게 와버린 셈이다. 아무리 10대 배우들이 각광을 받는 세상이지만 자기와 공연을 하게 된 어린 배우 앞에서 그녀는 자기가 활동하던 시절과 비교를 하고 연기경험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하지만 꼰대라는 소리라도 들을까 망설인다. 그나저나 그녀의 주변은 왜 이렇게 적적한 걸까

 

                     

 

그녀 곁엔 줄곧 함께 하던 매니저가 있었다. 스케줄도 잡아주고 운전도 해주고 심지어 대사 연습도 함께해 준다. 그런데 중요한 모티프가 되는 스위스 협곡의 구름을 보러가는 도중 사라지고 만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매니저의 행적에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많았는데, 감당할 수 없는 그녀로부터의 고의적 도피라거나 혹은 어쩌면 매니저는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로 그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무성했다. 참고로 말로야 스네이크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사이 협곡을 타고 오르는 거대한 구름덩어리를 의미한다. 영화 말미에 실제로 볼 수 있는데 장관이었다.

 

 

줄리엣 비노쉬는 한참 후배 격인 미국 배우들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클로이 모레츠와 격의 없는 모습을 선보이며 아직 죽지 않은 여배우의 품격을 보여준다. 주눅이 들 것 같은 연배의 선배와의 공연도 무탈하게 해낸 두 여배우도 지금이 지나 언젠가 이 영화의 주인공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가공의 드라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이 세 여배우에게 여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라고 마련된 공간이 아니었나 싶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2014)

Clouds of Sils Maria 
10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라르스 아이딩거, 조니 플린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스위스, 독일 | 124 분 |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