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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 [리뷰] 엇갈린 운명, 제각각의 리더십

효준선생 2014. 12. 4. 07:30

 

 

 

 

  어떤 영화?  구약성서 출애급기에서 모티프를 딴 재미로 보는 대하사극 

 

 

 

구약 출애급기의 내용을 영화로 옮긴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은 기원전 13세기 즈음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람세스와 모세의 대결이 주목을 끌고 있으며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 종종 인구에 회자되는 홍해의 갈라짐등이 연출된다. 그런데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닌터라 구약 출애급기를 알고 본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본 뒤 관련 자료를 훑어보니 실제 이집트 역사와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 영화는 신자들에겐 성서에서 글자로 보던 걸 큰 화면에서 확인하는 계기가,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그냥 대하 사극정도로 여기고 즐기면 그만일 영화다.

 

 

엑소더스라는 단어 자체가 밖으로 탈출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출애급이라는 의미도 이집트에서 나간다는 의미이므로 극중 서사의 대부분은 출신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왕권 경쟁에서 밀린 모세가 자신의 지지자들과 부족을 이끌고 홍해 너머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흥미로운 건 람세스가 영화 속에선 마치 야욕에 불타는, 그러면서도 리더로서는 조금 부족한 왕으로 등장하지만 사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그의 모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모세는 인복도 많고 능력도 출중한데다 리더쉽도 다양하게 선을 보이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이 영화는 람세스가 아닌 모세의 시선을 많이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시대가 오래 전이다 보니 제 아무리 권력을 제 손에 두고 휘두르는 왕이라 해도 천지의 자연현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때일 것이다. 주술사가 왕궁에 상주하여 출정 때 점을 쳐주거나 복과 화를 예견하는 장면들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을 압도했다. 부제로 나오는 왕은 람세스 단 한 명이다. 그럼에도 복수로 표시한 건 미래의 영도자를 기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모세를 앞세운 구 질서를 혁파하거나 혹은 가진 것이 없는 노예들을 해방시키려는, 당시로서는 파괴적 혁명의 기수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경외의 대상이었던 수많은 자연현상들이 기득권을 상징하는 람세스 왕이 아닌 모세의  편을 든다는 설정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렇듯 서사 자체가 이미 알려진 수순대로 흐르지만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는 몇 가지 볼거리는 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경제적인 궁핍을 이유로 노예를 풀어 줄 수 없다며 버티는 람세스와 이집트를 향해 신의 뜻이라며 벌어지는 각종 해괴망측한 현상들을 구현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악어가 출몰하고 파리와 개구리가 창궐하며 나일강이 핏빛으로 변하고 오염된 물을 마신 사람들에게 피부병이 돌고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장면은 참혹했다 그럼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는 람세스는 한때는 동생이나 다름 없는 모세와 그 일행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만행을 저지르고 앞은 홍해를 뒤엔 자신들을 죽이려는 왕의 군대를 사이에 둔 모세 일행을 향해 신은 마지막 선물을 안겨주려고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이 바로 이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인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이 장면이 생각보다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건 최근 이미 다른 영화를 통해 비슷한 장면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서해안에서 직접 체험도 가능한 일인지라 흥미가 반감되었다.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역사서와 신화, 종교서적까지 들춰봐야 하는 셈이지만 그 또한 즐거움이다. 살기 위해 기약 없는 탈출을 해야 했던 그들도 결국은 나약한 민족이었기 때문이지만 수완 좋은 리더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었다. 어쨌든 비종교인이 보기에 이 영화가 마뜩치 않을 건 없다. 영화 소재로 가능한 것이면 불가능한 영역도 없다고 본다. 대신 덩그러니 혼자 해안가에 버려진 람세스를 보고 있노라니 설마 저렇기야 했겠는가 하는 안쓰러움이 든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람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였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람세스가 주인공인 역사서를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Exodus: Gods and Kings 
7.7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벤 킹슬리, 아론 폴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154 분 | 201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