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죽었다고 생각한 연인이 살아돌아왔다면, 당신의 선택은? |
좀비 영화에는 여러 하위장르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 라이프 애프터 베스의 경우엔 코미디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있다. 그런데 이 영화 어딘가 좀 이상하다. 동양에선 죽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듯 돌아다닌 개체를 강시라고 하듯 서양에선 비슷한 존재를 일컬으며 좀비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좀비가 무슨 목적을 띠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치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행세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영화는 자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 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살아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자기의 여자친구, 사랑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무덤에서 스스로 흙을 파내고 집으로 돌아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다닌다면 아마 다들 제 정신이 아닐 것이라 하겠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많이 이상하다. 그저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그녀가 아니지 않나.
결코 웃음기라고는 찾을 길 없는데도 어쩐지 짠한 웃음이 배어 나오는 건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임에도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가까운 사람을 보는 시선이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 속에선 죽은 그를 단 한번 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추념하지만 막상 살아 돌아온 모습에 기겁을 하고 점점 추해지는 모습에선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그랬나 보다 싶은 표정을 하는 게 그렇다. 심지어 죽은 지 수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좀비까지 등장한 장면에선 할말을 잃게 만든다.
여느 좀비 영화에선 좀비에 의해 물려 다시 좀비가 되고 그 좀비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공포심을 유발했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좀비는 사람들 보다 알 수 없는 힘도 가지고 있고 이성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그들도 한때는 우리의 여자친구였고 사랑하는 딸이었다. 이젠 죽은 자들은 그들이 자리해야 할 곳으로 갈 시간이다. 두 번이나 죽어야 하는 신세가 처량맞겠지만 사람도 역시 자기 자리가 있듯 그들도 마찬가지다. 그게 가장 어울리는 것이고 바로 따라가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짓는 신경질적인 표정과 지독한 편집증 연기에 제법 잘 어울리는 데인 드한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몰려 곤욕을 치르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세일즈 포인트는 그의 이름 넉자 일 수도 있지만 좀비 역할로 나온 오브리 플라자의 희번득거리는 눈알 연기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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