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갈증 - [리뷰] 지금,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

효준선생 2014. 12. 1. 07:30






 어떤 영화?  현대인들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심리와 행동





어떤 시대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건 보고 있는 자의 정신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라는 장 콕토의 글로 오프닝 크리딧을 장식한 영화 갈증, 제목 만큼이나 보는 내내 목이 말랐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결말까지의 과정들,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광기에 걸맞는 행동들, 집단적 최면에 걸린 듯 보이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현대 일본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현상에서 조금 더 나아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오는 삐거덕거림이 전해졌다.






전직 경찰이지만 현재는 마땅히 하는 일도 없고 늘 신경질로 가득한 남자, 아내에게서 딸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는 광분하다시피 하는 모습이 낯설게 보인다. 하지만 그가 단서를 찾아가며 사건의 전모에 다가설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과 사건들이 그의 눈앞에 펼쳐진다. 고등학생인 딸이 다닌 학교와 친구들, 그 안에 분명 딸의 실종과 관련된 일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가 가는 길목엔 또 다른 사건과 의문의 사람들만 가로막고 있다. 딸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며 이들은 딸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이 영화는 좁게 보면 그동안 가정에 무심했던 한 남자의 반성에 가까운 참회록이지만 넓게 보면 지금 일본인들이 품고 있는 안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불안감들이 잔뜩 들어가 있다. 딸을 중심으로 마약, 왕따, 매춘, 폭력, 살인까지 각종 중범죄의 모습들이 켜켜이 들어 앉아 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고 남자는 그저 직업적으로나 대했을 일이다. 그는 이런 부류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쓰레기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심지어 그들 부모에게조차 쓰레기를 낳았으니 너희도 쓰레기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딸이 이런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는 괴로워한다. 자신 역시 누군가로부터 쓰레기 라는 말을 들어도 별로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들 반 미친 상태로 보이면서도 단서가 단서를 낳고 그 단서가 딸의 행방을 찾는 결정적 실마리가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 조직과도 이 일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폭발하고 만다. 단순한 실종 사건 하나로 자기가 알고 있었던, 평소 같았으면 욕이나 한번 걸죽하게 하고 나면 그만인 일들이 오히려 자신의 목줄을 죄어 오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영화엔 몇 가족이 등장한다. 이미 파괴된 가족도 있고 가족 구성원 한 사람 때문에 처참하게 붕괴될 처지의 가족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족에 대해 마치 자기가 지켜야할 유일한 가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즉, 세상이 전부 붕괴되는 한이 있어도 자기 가족은 지켜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찌되든 말든, 그래서 이 아귀같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걸 동물적으로 깨닫는 모양새다.






거친 장면들과 앞으로 성큼성큼 나가지 못한 채 반복되는 장면들이 이 영화의 성격을 말해준다. 이름은 몰라도 낯익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중요한 장면에서 거의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쏟아져 흐른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애니메이션이 실사를 대표하고 있고 일부 장면에선 광고영상으로 보는 듯한 대단히 스타일리쉬하다는 느낌을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갈증 (2014)

The World of Kanako 
7.8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야쿠쇼 코지, 코마츠 나나, 오다기리 조, 나카타니 미키, 쿠니무라 준
정보
스릴러, 미스터리 | 일본 | 119 분 | 201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