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정사 - [리뷰] 한낮의 오수처럼 잠시 스쳐갈 인연인 것을

효준선생 2014. 11. 30. 07:30





 어떤 영화? 일그러진 사랑을 요란하지 않게 담담히 그려진 멜로 영화





쇼팽 야상곡 2번 녹턴은 묘한 느낌을 준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묘약같은 성분을 지니고 있다. 영화 정사의 시작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그 곡으로 말미암아 이 영화도 사랑을 이야기하려는 것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설사 흔한 제목이 아니고서라도.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는 멜로 물이지만 여느 영화와 다르게 결코 서두르거나 뜬금없는 사건을 넣어서 당황하게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 비싼 댓가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k분하게 그려내고 있고 얼굴 잘 모르는 배우들도 경망스럽지 않게 연기한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짝을 맺고 사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자기의 반려자로부터 의심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육감이라든지, 촉이라든지하는 단어를 총동원해가며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걸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유행어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사람 마음이 갈대짓을 한 탓에 또 한 쪽에선 눈물을 짓기도 한다.






영화에서 두 커플의 사랑이 위험하다. 서점을 하는 중년의 남자와 어머니 병구완 비용을 마련하고자 돈 많은 남자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이어가는 젊은 여자.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되고 또 어떻게 끝을 내게 되는 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각자 가정을 둔 상황에서 외간 남자와 여자로서 만날 때의 불편함이라든지 두려움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거의 엿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걸까 그저 잠자리에서의 만족만도 아니고 외모에서만 판단할 일도 아니다. (물론 남녀 주인공은 매력적으로 생겼다.) 그런데 두 사람을 잡아 끈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도 있기는 하겠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남녀가 아닌 동성이었다면 좋은 업무상 파트너가 되었을텐데, 이성이 만나다 보니 주변을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 것 같다.






자기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같은 건 없다. 이 영화는 사필귀정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물론 결론처럼 주인공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냐고 물을 때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당신이라면 이 위험하고도 아린 사랑에게 돌을 던져도 될 자격이 있을까  만약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단 말을 듣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 같은 걸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얼마 전 한 영화 축제 현장에 이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 한세아가 붉은 드레스와 끈으로 묶인 독특한 디자이너의 시그니처 의상을 입고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때 의상 컨셉을 물으니 작품 속 ‘그녀’의 이미지를 구현해보고자 했다는 말을 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런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