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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 [리뷰] 코 끝에 걸린 행복

효준선생 2014. 11. 28. 07:30





 어떤 영화? 타인의 행복을 리서치 하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세계일주




행복은 이미 그의 코끝에 달려 있는지 그는 몰랐던 모양이다. 영국 런던의 정신과 상담의 헥터의 이야기다.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주인공 헥터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떠난 여행의 과정을 담은 어드벤처 로드 무비다. 영화 제목과 실제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 다른 건 원작소설이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클로르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국적은 달라졌지만 영화에선 국적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사실 헥터는 별로 부족함이 없는 상류층 인사다. 미모의 아내는 제약회사의 마케팅 일을 하고 자신은 세상을 부대끼며 살고 있어 골치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집도 크고 깨끗하고 아이가 없다는 걸로 약간 신경을 쓰지만 그렇다고 헥터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길 단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는 누구인가?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한데는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무료함 때문이었다. 물론 좀 이상한 환자의 조언을 받은 것도 있지만.






그렇게 아내 없이 혼자 떠난 여행, 마치 사파리로 들어가는 사냥꾼 같은 차림으로 우선 중국 상하이로 간다. 비행기에서 만난 돈많은 뱅커 덕에 중국에서의 좌충우돌 해프닝도 겪고 과연 돈이 행복을 좌우할까에 대한 고민도 해본다. 하지만 (비록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티벳에서 얻은 무한한 자유에 그는 설렌다. 드높은 파란 하늘과 바람, 인적 드문 그곳에서 그는 어쩌면 행복이란 구속받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에도 몇 번의 여행을 하지만 이때의 감수성이 가장 빛을 발한 게 아니었나 싶다.






다음 여행지는 친구가 의료 봉사를 하는 아프리카다. 정확하게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라고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마약이 은밀하게 재배되고 구호가 필요한 나라임을 들고 있다. 마약 재배상과의 워니 않았던 만남과 난데없는 납치 소동 끝에 그가 얻은 행복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인질에서 풀려내는 순간의 환희에 찬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






이번 여행에서 어쩌면 그가 내심 가장 바라고 있었던 대학 동창생과의 만남이 바로 마지막 여행지인 로스엔젤리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 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이지만 이젠 각자의 파트너와 아이들도 있다. 옛사랑은 그냥 추억으로 남겨 두었다면 더욱 행복했을텐데 괜히 온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지난 시절을 반추하는 자신이 좀 이상하게도 여겨졌다.






이렇게 세계의 문물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헥터가 얻은 것은 가장 보편적인 가치, 사랑이다. 행복은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타인의 시각에서 자유로운 것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남의 평가, 지난 과거의 일들, 그리고 지금 자신은 행복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들로 스스로 불행하게 만들었다. 티벳 고승이 말하기를 행복은 불행을 일부러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나는 여태껏 내 자신이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만 고심했다. 주어진 여건이 좀 힘들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만드는 무엇인가를 원망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주눅들어 했다. 근근히 버티며 하루를 보내는 일상의 반복이 오히려 타성에 젖어 들었다.






행복은 남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좋겠는가 그래서 이동할 때마다 프레스티지 좌석을 이용하고 상하이에서 좋은 호텔에서 묵고 여행을 마치면 자기를 사랑하는 멋진 아내가 기다리는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헥터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남을 의식하지 말라고 해 놓고도 벌써 이러고 있으니, 나에게 행복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꾸뻬씨의 행복여행 (2014)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9
감독
피터 첼섬
출연
사이먼 페그, 로자먼드 파이크, 장 르노, 스텔란 스카스가드, 크리스토퍼 플러머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영국, 독일,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 119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