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무드 인디고 - [리뷰] 사랑의 기승전결, 색으로 표현하다

효준선생 2014. 11. 27. 07:30





 어떤 영화? 남녀간의 사랑을 환상적으로 구현한 비주얼 판타지 멜로 무비





걷던 시멘트길이다. 뚜벅 뚜벅 의미 없이 가던 길이 오늘은 달라 보인다. 마치 길 양쪽에 흐드러지게 꽃이 핀 것 같다. 11월에 길에 무슨 꽃이냐고 할 테지만 내 눈엔 그리 보인다. 옆에 마음에 두고 있었던 그와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생명이 붙은 것이라면 공히 그 감정에 대해 시시콜콜 떠들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에게 연분이 있고 언제쯤 일까 궁금하던 차에 이 삭막한 길을 나란히 걷고 있으니 설사 진창길이라도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기분을 느낄 것 같다. 그렇게 사랑해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했지만 그 사랑을 누군가 시기라도 하는지, 못내 불안하기만 하다. 사랑은 지키려고 애쓰기만 해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가 보다.






영화 무드 인디고는 사랑을 한 한 커플을 등장시켜 시작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영상 기교와 색, 그리고 음악으로 버물려 놓은 애시드 재즈 같은 멜로 영화다. 영화가 끝이 났는데 선뜻 일어설 수 없었던 이유는 90여분 동안 이 영화의 연출자인 미셀 공드리 감독이 뿌려놓은 마법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음악까지 다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문득 떠올랐다. ‘사랑은 그토록 어렵기에 다들 멈칫하는 모양이구나.’






피아노를 연주하면 그 취향에 맞춰 칵테일이 제조되는 기발한 장치로 돈을 번 남자, 친구가 사랑에 빠졌다고 하자 자기도 사랑을 하겠다며 소개를 재촉한다. 어렵사리 사랑을 하게 된 그, 그의 일상은 이제 꽃밭이다. 두 사람이 다니는 곳이 설사 파리의 어느 공사판, 어느 폐 철길이어도 상관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프로포즈 할 때까지의 마음들이 화려하고 기발한 영상과 마음에 쏙 드는 음악으로 채워졌다. 그럴 것 같이 귀여운 이 커플, 신혼여행을 간 곳에서의 예기치 못한 일로 두 사람 사이엔 끼어들어선 안 될 것들이 틈입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시작부터 바로 반응이 나올 법하게 꾸며놓은 다양한 볼거리로 시선을 끈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것들이 주변에 가득하고 마치 발명가라도 되는 양 그의 집을 가득 채운 아이템을 보느라 시간이 다 간다. 한편 그의 친구는 장 솔 파르트르에 빠진 ‘오타쿠’로 나오는데,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프랑스의 유명한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를 비튼 작명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인 그가 왜 이 영화를 통해 조소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그리고 그의 철학이 대중에게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마치 아이돌의 이미지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컬렉터의 모습처럼 구현되었다.






사랑은 이상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라고 한다. 금고에 쌓아 놓은 돈을 쓰며 살던 남자에게 경제적 궁핍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작된다. 평생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던 힘든 노동을 하고 사장에게 해고의 위협을 받는 장면이,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기계적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오늘을 힘들게 사는 프랑스 사람들의 현실과 매치되었다. 이 영화가 마냥 사랑의 판타지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님을 설명해주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곁에 둘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두 사람의 사랑을 증명해 보이고 연명이 가능한 일은 없다. 사랑이 막 시작 되던 때 비비드 컬러와 화려한 파스텔 톤으로 채워져 있던 스크린의 색감이 점차 모노톤과 그레이, 나중엔 블랙에 가깝게 덧칠되는 것을 인지하다 보면 결국 인생의 희노애락, 그리고 사랑의 기승전결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무드 인디고 (2014)

Mood Indigo 
8.8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로맹 뒤리스, 오드리 토투, 가드 엘마레, 에이사 마이가, 오마 사이
정보
드라마, 판타지 | 프랑스 | 95 분 |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