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혼스 - [리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효준선생 2014. 11. 24. 07:30





 어떤 영화? 이루기 그토록 어렵다는 첫사랑에 대한 터프한 보고서 




이 이마 양쪽에 돋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변신의 첫머리에 나오듯 다른 생명체로 변신이라도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러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스러운 소녀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아세우는 탓에 겨우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데 이제 뿔까지 돋다니, 처음엔 착시인줄로 알았다. 그런데 그 뿔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영화 혼스, 제목 자체가 뿔을 의미하는 이 영화는 한때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가 뜻밖의 변사체로 발견된 뒤 그녀의 남자친구에게서 일어나는 이상하고도 기괴한 상황을 그린 판타지 멜로물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숱하게 봐온 마이너 정서를 담은 여타 판타지 영화와는 궤를 달리 한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몰라도 등장인물들이 마치 B급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작정한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이 왜곡되게 투사되고 있음을 그리고 싶어서였는지 다들 비정상적 모습이다. 그리고 사람 머리에 뿔이 달린 걸 보면 놀라거나 흉측하다고 도망을 쳐야 정상이건만 그런 반응은 별로 없다. 그건 어디서 한 대 얻어  맞아 생긴 멍 정도로 여기는 수준이다.






뿔을 잘라버리기 위해 간 병원에서 그는 마취 상태로 오래전 일들을 떠올린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린 그. 모험심이 유난히 강했던 녀석과 친구들은 해서는 안될 위험천만한 장난을 하고 그로 인해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 그렇게 만난 한 소녀와의 풋풋한 첫사랑. 숲 속 높은 움막이 그들의 비밀 아지트가 되어 주었고 그들의 첫사랑은 서로에게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사랑하는 사람을 시기해서였는지 시련을 선사한다. 그리고 흔들리는 남녀. 어느새 훌쩍 자란 그들 앞에 연애와 결혼이라는 현실이 다가오고,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린 채 이별을 목전에 두고 만다.






이 영화는 전반부의 어수선을 거두고 뒤로 가면서 한결 진지해 진다. 여자를 죽인 진범 찾기에 몰두하는 한 편, 남자의 시각에서 본 진정한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에 대한 질문과 대답들. 섣불리,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그 해답을 위해 사랑에 서투른 그가 혼자 애를 써 찾아보려는 과정들이 흘러간다. 몸은 성인의 것이 되었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도 첫사랑을 하게 된 그 소년의 것처럼 보였다. 간혹 웃자란 뿔 때문에 속상하지만 이 꿈이 깨면 모든 게 원 상태로 되돌아 갈 것 이라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여자를 죽인 것일까 진짜 범인이 누군지 영화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어린 시절 흔히 볼 수 있는 흠모의 마음,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사랑에 혼자만 목말라 했던 경험이 있었다면 이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련함에 공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가공의 오브제인지 불분명하다. 바로 그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크리처의 등장에 아연했다. 사랑함에 모든 걸 내던져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나이 또래 청춘에게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얼마나 애처로운 것인가.






이제 이 영화를 멜로라고 했던 걸 수정할 때가 왔다. 사탄의 상징이라 하는 뿔 달린 괴수와 기어 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의 뱀이 지천하고 사랑함의 상징인 목걸이가 드문드문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신물(神物)로 등장한다.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 이토록 지독한 스릴러로 만들어도 되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런 것 하나 없는 안일한 사랑도 사랑이냐고 감독은 되묻는 것 같았다. 이 겨울, 오래갈 사랑을 꿈꾸는 청춘에게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혼스 (2014)

Horns 
6.4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주노 템플, 헤더 그레이엄, 사브리나 카펜터, 켈리 가너
정보
판타지, 공포 | 미국 | 119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