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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학교 가는길 - [리뷰] 히말라야 아버지의 눈물겨운 교육열

효준선생 2014. 11. 19. 07:30





 어떤 영화? 오지마을 학생의 등교를 위한 사투와 같은 여정, 올시즌 최고의 로드무비




인도 서북부 라다크 지방은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가들에겐 자주 선택되는 곳이다. 인도 땅이긴 해도 워낙 험준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고 북쪽의 자리한 네팔의 영향을 많이 받아 힌두교보다는 티벳 불교의 분위기가 농후한 곳이다. 영화 학교 가는길은 바로 이 라다크의 주도 레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 멀리 차(char) 라는 오지마을에서 시작해 파둠을 지나 레까지 가는 열흘 간(왕복 20일)의 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70분 남짓의 이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면 그건 아마도 그들과 비슷하게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교육열 하나만큼은 뒤지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가 뒤섞여 명치끝을 자극해서였을 것이다. 오지 마을에 살면서도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의 혜택을 보게 하겠다는 의지는 희망에 대한 열의였다.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을 유목과 농사일을 하다 마감하던 자기들의 운명과는 달리 아이들만큼은 개명한 세상에 내보내 이른바 출세를 시키고 말겠다는 뜻이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낙타 발굽같은 아버지들의 손과 발을 보니 마흔의 노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1년에 한번 도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눈빛은 학원 순례를 도맡는 한국 강남 엄마 못지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부모 곁을 떠나 낯선 타지로 가야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 아이들, 그리고 그런 어린 아들을 보내야 하는 섭섭함에 눈물이 앞서지만 막상 길을 나서고 보니 생각보다 위험천만한 자연이 그들의 행보를 가로막고 선다. 마치 아이들의 인생의 험로를 연상시키듯. 그래도 그들은 걷고 또 걷는다. 그저 흙바닥이라면 기어서라도 가지만 2월 초 얼음이 잔뜩 낀 강을 따라, 얼음은 녹은 차디 찬 강물에선 맨다리로 아이들과 짐을 들쳐 업고 건너는 아버지들. 떨어지면 황천길인 낭떠러지를 아슬아슬 건너고 무수한 돌밭 길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다. 아버지가 없어 일흔의 할아버지가 나선 경우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장황한 해설도 없었다. 다소 건조하면서도 진실성 넘치는, 배우 김갑수의 간간이 들리는 내레이션을 빼면 온통 설산과 얼음 강만이 15명의 무리와 함께  할 뿐이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굶어죽지는 않는다. 차마고도의 대상(隊商)처럼 장사를 위해 가는 길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는 발걸음이 숭고한 이유는 배움이 곧 그들을 지금보다 조금 나은 삶으로 인도해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고단함을 내어주는 아버지로부터의 내리 사랑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내레이션의 마지막에선 가시고기의 일생을 언급했다. 정확한 표현이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러 더 큰 세상으로 가는 도중 이미 많은 걸 배웠을 것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배우는 건 아니었다. 가는 도중 어려움을 함께 했던 일행들과의 협동을, 그리고 아직 어리지만 험난한 자연과 싸워 이기는 모험심을, 그리고 업혀 차가운 강을 건너며 체온으로 느꼈던 아버지의 등에서 효심을 이미 배웠을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와는 하등 상관없을 것 같은 어느 오지 마을 아이들의 등굣길을 그린 다큐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상당한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아버지이기에 가능한 희생, 아이들은 길에서 인생을 미리 배운 셈이다.






학교 가는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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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경묵, 구중회
출연
돌카, 켄럽, 릭진 앙두, 노르부, 치링 분촉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1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