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 - [리뷰] 이젠 개와 고양이의 시간

효준선생 2014. 11. 20. 07:30





 어떤 영화? 싸움이 아닌 평화가 더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




일본 에도막부 시기에 들어가며 일본 내부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수백 년 동안 활개를 치던 지방토호들과 그들의 호위무사 격인 사무라이들의 삶도 전과 달리 쇠락해졌다.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하는 그들로서는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야 했다. 자신의 칼끝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장사라도 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과거의 영화에만 추억하며 할복하던 자들도 적지 않았다.






무릇 한 집안의 가정으로 제대로 된 수입원이 없던 차에 도읍지에 가면 혹시라도 일거리가 있을까 해서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딸만 남겨두고 길을 나선 한 사무라이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영화 고양이 사무라이가 선을 보였다.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부리부리한 눈매로 상대를 째려보는 그에겐 쉽게 다가서기 힘든 카리스마가 있다. 소문엔 제법 알아주는 칼솜씨라 하지만 그가 의뢰받은 고양이 죽이기는 참으로 내색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죽여달라고 의뢰와 그 앞에 놓인 다섯 냥의 금화에 그는 마지못해 수락을 하는 스스로가 비참했기 때문이다. 까짓 고양이 한 마리 잡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일로 그는 지금껏 누군가와 싸워 상대의 목숨을 앗는 것만을 생각했던 과는 다른 인생관을 갖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당시에 애완견을 키우고 애완묘를 기르는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싶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개와 고양이는 평화를 상징한다. 죽음이 아닌 삶을, 그것도 늘 곁에 두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존재로서의 생명체. 그런 개와 고양이가 잠시 사라지자 난리가 나고 숙적이라 생각한 차에 다시 칼을 꺼내드는 상황이라는 게 요즘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군비를 통한 자위권 행사라는 케케묵은 발상과도 닮았다.






사무라이의 시덥지 않은 일상은 현대적으로 비유하자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지 못한 채 임시 알바로 연명하는 청년과 바로 윗세대와 닮았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내세우지도 못한 채 용역이나 하청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유신시대에 걸쳐 점점 존재감을 잃어간 사무라이의 모습과 무척 흡사하다. 하다못해 고양이 한 마리의 움직임에 쩔쩔 매는 모습이 그거라도 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절박함과 다름 아니다. 여전히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다니고 칼을 손에서 놓지 않지만 베는 용도가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막는 용도로 변질된 것들이다.






영화엔 사무라이들의 일상 외에도 다른 인생도 나온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선 아직은 앳된 청년과 가난으로 부잣집 식모로 팔려온 여자도 있다. 주변인물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시대 상의 반영이자 사회의 일원이다. 그들의 소원은 소박한 것들이다. 그것들 마저도 이룰 수 없는 세월을 살거나 혹은 아예 덮고 살거나. 이렇게 떼어 놓고 보면 별거 아닌 수만 가지 민초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하나로 묶여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가 낯선 관객들도 장면마다 심각한 체 하면서도 은근히 배어나오는 웃음기 충만한 장면들로 인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전문배우 뺨치는 연기를 보여주는 진짜 냐옹이의 모습도 호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고양이 사무라이 (2014)

Samurai Cat 
0
감독
야마구치 요시타카
출연
아나고, 키타무라 카즈키, 렌부츠 미사코, 아사리 요스케, 테라와키 야스후미
정보
코미디, 액션 | 일본 | 100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