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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00 : 최후의 전사들 - [리뷰] 중과부적, 그래도 끝까지 싸우련다

효준선생 2014. 11. 17. 07:30





 어떤 영화? 힘없는 민족의 서러움, 그 저항의 현장을 그린 카자흐스탄의 영화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희열은 영화에선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특히 사극 속에서 열세였던 민족이나 국가가 자기들 보다 몇 배나 큰 침략국을 상대로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장면에선 남다른 쾌감을 느끼게 된다. 올 해 최고 흥행 영화 명량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꼈을 법하다. 지금은 구 소련에서 독립한 여러 나라 중의 하나로 알고 있는 카자흐스탄, 국가 이전에 민족으로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유목을 하며 살던 때 그들은 지정학적 이유로 인해 늘 다른 민족에게 수탈과 병탄의 시절을 보내야 했던 때가 많았다.






영화 1000 : 최후의 전사들은 18세기 초 유목민족이었던 카자흐족이 몽골제국의 후예들이라 할 수 있는 준가르 족에 의해 지독할 정도로 당하고 사는 동안 의협심에 불타는 젊은이들이 그들에게 대항하는 과정으로 드라마틱하게 엮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초원에서 말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이 전부 일 것 같지만 특이하게도 그 안에 절절한 사연들이 잘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말과 활 칼이 등장하는 싸움 장면에서는 병자호란을, 그리고 힘이 없어 호시탐탐 자신들의 터전을 노리는 적들에게 지는 척을 하고 살아야 하던 모습은 우리의 근 세기 초반의 모습과도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들이 장정들만의 일은 아니지만 영화에선 대의를 위해 한데 뭉쳤던 사나이들 사이에서의 의견 충돌과 협잡까지도 이야기로 만들어 한결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구성으로 짜놓았다. 외모만 봐서는 카자흐족과 몽골족을 100%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법하다. 그래도 잘 생긴 카자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용기와 무력을 감상하다보면 은근히 그들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남녀 주인공의 빼어난 미모도 한 몫 한다.






영화는 두 군데에서 살짝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한때는 함께 했던 무리 중에 배신을 한 녀석의 행동이며, 다른 하나는 가족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르다가 여러 사람들이 제 명에 살지 못하게 만든 한 여인의 행동이다. 각각 이들의 모습에서 철없이 구는 모습이라고 질책하게 되지만 상황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연유가 설명된다. 이들 반전 인물들의 활약으로 이야기가 입체적 효과를 낸다.






영화를 보다보면 준가르 족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게 된다. 혈통적으로는 우리와 더 가까울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침략민족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역사에선 당시 준가르 족이 서진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청나라의 영토확장과도 맞물려 있다. 명나라 때만 해도 지금의 몽골 고원에서 옛 원나라때의 영광을 추억하며 살던 북원(北元)이 바로 준가르 족의 선조이기 때문이다. 청의 영토 확장으로 갈 곳이 사라진 그들이 급기야는 서쪽 중앙아시아 쪽으로 옮겨 갈 수 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살던 카자흐 족으로 비롯한 힘없는 유목민족들은 새로운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힘센 침략 민족과 힘없는 유목 민족간의 싸움만을 그리진 않은 듯 하다. 어디서 살든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건 인간의 본능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민족만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 수 있을 뿐이다. 힘의 논리는 지금도 국가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로 경각심을 주는 듯 하다. 엔드 크레딧에 걸린 현 대통령인 나자르바에프의 이름이 옥의 티지만, 그마저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준다. 카자흐 역사에 실제로 남아 있는 아니라카이 전투가 이 영화의 모티프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1000 : 최후의 전사들 (2014)

Myn Bala: Warriors of the Steppe 
7.8
감독
아칸 스타예프
출연
아실칸 톨리포프, 아얀 우텝부르겐
정보
액션 | 카자흐스탄 | 114 분 | 20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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