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제인 구달 - [리뷰] 우리들을 둘러싼 삶의 환경을 논하다

효준선생 2014. 11. 18. 07:30





 어떤 영화?  제인 구달은 단지 영장류의 행동만 연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환경과 그 안에서 사는 인류를 보다듬는다




침팬지의 대모라 일컬어지는 영국의 동물 생태학자 제인 구달은 그녀가 평생 쌓아 놓은 학자로서의 성취와 해야 할 과제를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지구 환경을 위한 행동가로 나서기 시작했다. 영화 제인 구달은 그녀의 최근까지의 이런 행동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녀가 어딘가 나타날 때 늘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바나나를 든 원숭이 인형은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어렸을때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했던 그녀는 케냐에 사는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간 뒤 평생을 걸어야 할 업(業)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 탄자니아 일대에 사는 침팬지의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5,60년대 아프리카는 개발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은 곳으로 미혼 여성이 정글로 들어가 그 위험성이 예고되지 않은 맹수들과 함께 지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만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곳에서 침팬지를 만나는 장면이 담긴 사진들은 지금도 놀라울 정도며 그렇게 첫발을 내딛은 그녀의 연구는 그 누구도 섣불리 해낼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이렇게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연구의 대상으로써의 침팬지들의 모습이 자료 사진과 영상, 그리고 그녀를 아는 지인의 인터뷰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걸로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의 연구가 빛이 나는 건 동물에 심취한 한 여성 과학자의 면모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그녀의 관심이 외연을 넓히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혼자 아프리카 밀림을 헤매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조건과 어디에 가든 환대를 받는 모습은 전에 찾아볼 수 없는 장면들이지만 침팬지의 대모가 아닌 환경 행동가로서의 면모는 그 자체가 현재 인류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직도 미개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소수 부족민들, 야생의 동물을 수렵하는 생활이 아닌 동물을 사육하고 그걸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거나 시선을 돌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의 마을을 찾아 그들과도 공생을 이야기하는 모습등 그녀가 지나는 곳에선 과학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하는 사람들이 있나 묻는 것은 우문이다. 지구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점차 잃어가는 수준에 봉착해 있다. 극지방의 빙설이 저절로 녹아 흐르는 장면과 침팬지를 토막내서 그걸 취식하는 장면의 대비가 대신해준다.






한때 그녀는 정식 학위도 없다는 이유로 모국에서조차 그녀의 연구를 의심받았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의 연구를 몇 권의 학위 논문과 맞바꾸려 의도적으로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미지의 땅이 있고 그곳에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동물, 그중에서도 영장류인 침팬지들이 원시의 모습대로 살고 있고 그들과 더불어 살며 유심히 관찰했고 그걸 자기 것으로 소화했던 것이다. 우린 늘 직(職)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그걸로 타인의 업적이나 일생을 재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지금도 그녀에게 붙은 자리와 관련된 것들은 별게 없다. 그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땅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지구는 후손들에게서 잠시 빌려다 쓰는 것 뿐이라고.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안젤리나 졸리와 제인 구달. 지구상의 적지 않은 셀렙들이 그녀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제인 구달 (2014)

Jane's Journey 
10
감독
로렌츠 크나우어
출연
제인 구달, 안젤리나 졸리, 피어스 브로스넌, 코피 아난
정보
다큐멘터리 | 독일, 탄자니아 | 111 분 | 2014-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