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못 - [리뷰] 모두 입을 다물면 진실은 덮어질까

효준선생 2014. 11. 14. 07:30





 어떤 영화? 미필적 고의와 실수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운명의 상황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한때는 없어서는 못살 것 같았던 한 동네 죽마고우들이 한 녀석의 여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난 뒤 그들 사이에 꼭 감출 수밖에 없는 진실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들을 옥죈다는 설정은 대단한 몰입도를 선사하였다.






영화 못, 자신들의 아지트라 믿었던 연못이 그들을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연옥으로 변하게 만든 건 그 누구의 고의도 아니었다. 영화 초반 교실 유리창이 깨진 걸 놓고 담임은 실수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덮어 주는 건 더 이상 실수라 할 수 없다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렸다. 그렇다. 그들은 그저 실수를 한 것이지만 그 뒤에 그들이 보여준 행동엔 잠시 그 자리를 피하면 뭐든 잘못이 지워질 거라 믿은 단순함과 분명 악화될 상황을 직면하고서도 외면해 버린 것은 미필적 고의에 준한다.






한 사람도 아닌 여럿이 함께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는 아직 미성년자였던 그들에겐 분노의 표출이었을지 모른다. 그 상황에선 각자가 그런 심정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오히려 자신들의 심정이 희석된 뒤 거꾸로 죄의식이 분출되고 그로인해 심리적 부담감을 안게 된다는 설정은 이 영화를 고농도의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면 이 엄청난 비극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서로의 얼굴을 보고 그 때의 상황이 자신과는 무관한, 그래서 면죄부라도 얻어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마을, 아이들을 엮어준 우정의 풀어짐은 어느새 어른들에게 잇닿아 있다. 그래서는 안되는 관계의 몰지각성, 오랫동안 묵혀두기만 해서 언젠가 터지고 말 것 같은 이 시한폭탄같은 아슬아슬함이 시종일관 지속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지만 이 영화에선 결코 그래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사라진 아이들 역시 살아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효과들, 보이는 것만 전부가 아니었다.






올해는 유난히 잘 만들어진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들이 많다. 이 영화도 영화<한공주>, 영화<거인>과 함께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작이다. 젊은 배우들이 기근이라는 말도 이 영화들을 통해 해소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영화관 모퉁이에서 단장을 하며 인사를 할 채비를 하는 이들 젊은 배우들의 모습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호효훈을 비롯해 4명의 남자 배우들은 분명 한국 영화의 재목감이다. 





(2014)

Mot 
10
감독
서호빈
출연
호효훈, 강봉성, 이바울, 변준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