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 - [리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효준선생 2014. 11. 11. 07:30





 어떤 영화? 망가진 교육현실을 상큼하게 비틀고 대안을 제시하는 블랙 코미디





학교 선생이라니, 형무소에서 1년을 넘게 살다 갓 출소한 남자에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난데없는 교직생활, 아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상스럽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언제 들킬까 불안하지만 어차피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니 들통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영화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은 1년 전 은행을 털다 수감된 한 남자가 출소하자마자 숨겨놓은 돈의 행방을 찾던 중, 그 돈을 감춰 놓은 곳에 지금 고등학교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이용해 묻힌 곳을 알아내고 그 학교에 임시교사로 잠입해 낮에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밤엔 땅굴을 파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용이다.






황당한 코미디 영화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남자의 돈 찾기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맞춰져 있다. 물론 가진 거라고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 밖에 없는 그로서는 열심히 땅을 파고 숨겨놓은 돈을 찾아야 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끝갈데 모르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에게 그가 제시하는 방법이 묘한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서 이 영화의 훈훈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학교엔 그 말고도 여러 선생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하지만 대개는 이미 '10b' 반으로 모델화된 말썽꾸러기 사고뭉치들 앞에선 손을 든 상태다. 그들이 선생들을 대상으로 골탕 먹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교육으로는 그들을 어쩔 수 없게 방치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의 '교' 자도 배운 바 없는 전직 ‘도둑놈’은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주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방종에만 치우친 건 아니었다. 상황이 묘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선생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거나 혹은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시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예측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만 해서는 결코 그들을 ‘교육’할 수 없었던 걸 남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된 셈이다. 어른이 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피끓는 청춘들이 하지 않으면 안될 행위의 책임을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게 했다.






남자에겐 학교를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여선생을 만나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 돈이 인생의 전부만이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 체득한다. 그가 땅굴을 파면서 찾은 건 돈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구제받을 수 없을 뻔한 아이들과 그리고 늘 남의 것만 훔치며 살아야 했을 자신을 스스로 구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권투로 치면 무수한 잽이 날아오는 게임 같다. 잠시 한 눈을 팔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놓칠 것 같았다. 천방지축 어수선해 보이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다.  늘 교육의 참길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독일에서의 흥행으로 2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다음엔 과연 어디로 갈까?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 (2014)

Suck Me Shakespeer 
10
감독
보라 닥테킨
출연
엘리야스 엠바렉, 카롤리네 헤어퍼스, 카차 리에만, 야나 팔라스케, 알바라 호펠스
정보
코미디 | 독일 | 117 분 | 201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