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망가진 교육현실을 상큼하게 비틀고 대안을 제시하는 블랙 코미디 |
학교 선생이라니, 형무소에서 1년을 넘게 살다 갓 출소한 남자에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난데없는 교직생활, 아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이상스럽게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든다. 언제 들킬까 불안하지만 어차피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니 들통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영화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은 1년 전 은행을 털다 수감된 한 남자가 출소하자마자 숨겨놓은 돈의 행방을 찾던 중, 그 돈을 감춰 놓은 곳에 지금 고등학교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이용해 묻힌 곳을 알아내고 그 학교에 임시교사로 잠입해 낮에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밤엔 땅굴을 파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용이다.
황당한 코미디 영화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남자의 돈 찾기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학생으로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대안학교나 혁신학교의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맞춰져 있다. 물론 가진 거라고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 밖에 없는 그로서는 열심히 땅을 파고 숨겨놓은 돈을 찾아야 하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끝갈데 모르고 말썽만 부리는 아이들에게 그가 제시하는 방법이 묘한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서 이 영화의 훈훈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학교엔 그 말고도 여러 선생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하지만 대개는 이미 '10b' 반으로 모델화된 말썽꾸러기 사고뭉치들 앞에선 손을 든 상태다. 그들이 선생들을 대상으로 골탕 먹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정상적인 교육으로는 그들을 어쩔 수 없게 방치한 상태다. 하지만 교육의 '교' 자도 배운 바 없는 전직 ‘도둑놈’은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주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방종에만 치우친 건 아니었다. 상황이 묘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선생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거나 혹은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시하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예측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만 해서는 결코 그들을 ‘교육’할 수 없었던 걸 남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된 셈이다. 어른이 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피끓는 청춘들이 하지 않으면 안될 행위의 책임을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게 했다.
남자에겐 학교를 떠나보낼 수 없는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여선생을 만나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 돈이 인생의 전부만이 아니라는 것도 스스로 체득한다. 그가 땅굴을 파면서 찾은 건 돈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구제받을 수 없을 뻔한 아이들과 그리고 늘 남의 것만 훔치며 살아야 했을 자신을 스스로 구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권투로 치면 무수한 잽이 날아오는 게임 같다. 잠시 한 눈을 팔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놓칠 것 같았다. 천방지축 어수선해 보이지만 결국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다. 늘 교육의 참길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독일에서의 흥행으로 2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다음엔 과연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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