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카트 - [리뷰] 함께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효준선생 2014. 11. 10. 07:30





 어떤 영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함께 살자'는 목소리를 담다





캐셔라고 불리는 직군이 있다. 대개 대형 마트의 계산대 앞에서 손님들이 들고 나오는 다량의 물건을 스캔해서 값을 확인하고 총액을 손님의 결제수단에서 받아내는 일을 하는 직업. 그들 역시 마트를 자신의 직장이라 여기며 출근하지만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한때는 대학물까지 먹었던 경력단절 여성, 대기업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다 결혼과 생육을 이유로 쉬다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일선으로 나온 여성, 아직 제대로 된 직장인이 되어 본 적도 없지만 어차피 기대해도 안될 취직보다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겠기에 들어온, 아직은 젊은 세대의 여성. 손주들 학원비라도 댈까해서 눈칫밥 먹어가며 나온 초로의 여성들. 이들은 한결같이 여사님으로 불리며 대우를 받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언제 짤릴지 모른다는 비정규직 신세라는 점이다.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소재로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 권익과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노사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카트는 현실의 문제를 잘 다루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오프닝 크리딧에서도 밝혔지만 이 영화는 몇 년 전 모 대형마트에서 상당기간 점거와 농성, 소요사태로 번졌던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다. 그 때 그 마트가 생활권 안에 있어 가끔 들렀던 곳인지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어쩌면 단순히 계산을 하고 매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격렬하게 시위를 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하는 걸까 의아했지만 그들의 요구의 시작은 부당함에 있었다. 비록 계약서에 의거한 비정규직 직원이었지만 회사 매각과 관련, 계약서 상의 근로 조건을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용역 신분으로 바꾸겠다는 일방적 통고에 항의했던 것이다.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는 단지 국고에 돈이 없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언제든지 짤릴 수 있도록 만든 소위 근로의 유연성등을 앞에 내세우며 노사간의 형평성이 깨져버리며 불안한 고용 형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일자리도 부족한 형편에 근로 조건에 불만을 표시한다면 알아서 그만두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연히 있어야 할 노조도 만들거나 가입할 수 없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압과 회유가 쏟아진다. 과연 이럼에도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최근엔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정 노동자라는, 있어 보이는 단어로 치환해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도 직장을 벗어나면 언제든지 고객이 될 수 있고 집에선 다정다감한 엄마일 뿐이다. 최근에 그들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서릿발같은 고용주와 왕 같은 고객 앞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독한 을(乙)의 신세인 셈이다.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대개 뉴스를 통해 접한 부분들이고 실제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사유와 감상이 묻어나며 감성을 자극을 한다. 가진 게 별로 없기에 그들은 자신의 밥벌이 수단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행동했고 회사 측은 자신들의 잣대대로 그들을 상대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를 떠나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해고의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너무나 당연한 말이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






영화엔 마음이 짠해지는 장면들이 많다. 심지어 가난이 세습될 것 같은 부분도 등장하고 고용주라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서 울컥하기도 한다. 비록 몸뚱이를 움직여 호구지책을 삼는 게 아닌 입장이아 이해가 안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들의 티셔츠 뒤에 적힌 “함께 살자”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 말인가. 정말 정상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 영화는 자주 다녔던 대형 마트에서 있었던 농성을 소재로 하고 있어 인상깊다. 





카트 (2014)

Cart 
9.7
감독
부지영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디오, 황정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4-11-13






블로그 개설하고 연인원 5백만명이 찾아주었다.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