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패션왕 - [리뷰] 인생 뭐있어, 폼나게 살아보다

효준선생 2014. 11. 7. 07:30





 어떤 영화? 간지에서 시작해 간지로 끝난 영화





학교 폭력의 후유증으로 나사 한 개 정도 풀린 듯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찌질이다. 남들보다 긴 기럭지만 빼면 어디 하나 내세울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런 허우대를 가지고 왜 늘 당하고만 사는 지 모르겠다. 예전에 싸워서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도 가르친 부모도 있긴 하지만 요즘 같아선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한 판 붙는게 연이은 왕따를 막을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맹수가 봐주기 만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호가호위 하는 녀석들 때문에 그의 이번 생은 이걸로 쫑인가 싶기도 하다.






그의 이름 우기명, 시골 학교에서 그렇게 갈굼 당하고 서울로 올라왔건만 이 학교는 학생부터 선생까지 죄다 이상하다. 패션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식으로 매사 보이는 것에 치중한다. 영화 패션왕은 동명의 웹툰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인데 그걸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만화적 장치들이 차고 넘친다. 과유불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이 영화는 한창 비주얼에 민감한 10대 후반 아이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아예 극단으로 몰아붙이며 효과를 보려고 한다.






주원과 안재현이라는 라이징 스타 둘을 패션 라이벌이자 인생의 라이벌로 승부를 붙이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고등학교 학생이라는 신분은 애당초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주인공과 그들을 영웅시하며 쳐다보는 무리의 학생들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들을 살려주는 건 오로지 간지와 돈, 그리고 허세다. 물론 그들을 이렇게 만든 건 기성세대와 한 ‘껀’을 노리는 방송사지만 그들 사이의 문제는 일종의 허울뿐인 자존심이다. 한 녀석은 지난 세월 늘 당하고만 살았던 왕따의 신세를 접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고 다른 녀석은 자신이 모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걸 극구 반대하는 재벌 아버지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서로 부딪친다.






그런데 이 상충하는 과정이 과연 패션 대결이라는, 다소 과하고 어른스러운 무대 연출만으로 해소가 되었을까? 가진 게 없는 자가 많이 가진 자를 이기는 건 “간지” 뿐이라고 무수하게 강조하지만 어찌된 게 많이 가진 자에게서 더욱 간지가 느껴지니 역시 패션도 돈이 없으면 물거품이란 말인가. 솔직히 결승에서 맞붙는 두 녀석 중 한 표를 던지고 싶은 건 다들 말릴게 뻔 한 그 녀석이다. 개천에서 용 나올 리 없는 현실에서 패션계에서 성공한다는 건 땀만 흘려서도 안 된다는 게 이 영화와는 이율배반 적이다.






모델 일을 잠깐 했다는 지인이 하소연하듯 들려준 이야기는 모델일이라는 게 참 3D업종 같다고 했다. 몸뚱이엔 주렁주렁 명품 옷이나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한 것들이 입혀지지만 워킹을 마치고 난 뒤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그저 수고 했다는 말과 거마비 정도라 했다. 특급 모델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는 화려함. 이 영화에도 실제 모델들이 여럿 얼굴을 비춘다. 주인공도 아닌 패션과 모델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배경으로라도 등장하는 그들 중에 나중에 톱 모델이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두 주인공은 아직은 삶을 구체적으로 디자인 할 시간도 남아 있고 또 주변엔 도와줄 사람도 많다고 위로를 하고 말 것인가. 만약 이 두 녀석이 경쟁자가 아닌 더 멋진 조력자가 되어 준다면, 더욱 빛이 나지 않았을까  영화 뒤끝, 눈앞은 휘황찬란하고 귀는 멍멍한데, 남는 게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자란 기럭지를 보니 현실에선 한숨만 남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주원 팬으로서는 이 영화가 다소 아쉬울 수 있겟다. 저 멋진 얼굴을 태반 가리고 나오는 통에...





패션왕 (2014)

8.6
감독
오기환
출연
주원, 설리, 안재현, 박세영, 김성오
정보
코미디 | 한국 | 114 분 |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