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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인 - [리뷰] 성장은 사치다. 우선 살고 싶다

효준선생 2014. 11. 8. 07:30





 어떤 영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는 작은 소년의 분투기, 정말 쫀득하다




최우식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영화 거인은 올해의 한국영화로 꼽을 만했고 그 중심에서 거인으로 묘사된 배우 최우식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그리고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식으로 배우 한 명을 꼬집어 내색한다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다. 영화 속 캐릭터로 분하는 배우는 오롯이 그 배역으로 소화되어야 하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영재는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 효과적으로 표현되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는 위태롭다. 친부모 곁을 떠나 자발적으로 기관에 기거한다. 그곳은 인근 성당으로부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탁해서 맡아 키우는 곳이다. 시설이나 분위기가 제 집 같을 리 없다. 그럼에도 영재는 그곳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설사 썩은 동앗줄이라고 해도 유일한 도피처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영화 중반, 그가 있어야 마땅한 친 아버지와 남동생이 있는 집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서민가옥이지만 온기라고는 느낄 수 없다. 하나 있는 동생을 애틋하게 여기지만 동생까지 시설로 데리고 갈 자신이 없다. 그만큼 자신이 발딛고 서있는 공간이 좁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라고 보면 적당할 것이다. 사람들은 이 안전 욕구를 밥을 먹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회적 명예를 얻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에다 열쇠를 달거나 좁은 밀폐 공간임에도 타인과의 최소한의 이격공간이 침범하는 경우엔 심하면 기절까지 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렇듯 이삭의 집은 영재에겐 그 누구에게 빼앗길 수도 밀려날 수도 없는 방어선이었다. 그걸 지켜내기 위한 소년의 노력은 가상하고 그 어려운 심리 묘사를 여우처럼 연기해낸 것이 바로 배우 최우식이다.






물론 이 영화엔 그 말고도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냈다. 아이들을 거두고 밥도 해먹이는 남자원장으로 나오는 강신철의 은근한 부담과 친부로 나와 시도때도 없이 아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김수현의 연기가 돋보인다.






아이들은 최소한 어른이 되기까지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도 해야하고 세상을 혼자 사는 법도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물리적인 외부로부터의 위험도 극복해야 하기에 몸도 만들어놔야 한다. 그런데 이 소년의 경우,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는 아침마다 밥통에서 밥을 푼다. 말그대로 눈칫밥이다. 싫은 소리도 쏟아지고 자신이 실업계 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에 위축될 법도 하지만 신부가 되어 여전히 이곳에 남겼다는 의사를 피력한다. 연어처럼 더 넓은 세상에서 몸을 키우고 다시 돌아오는 회귀 능력은 없이 정주하는 것이 편하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탓이다.






성당에 들어온 협찬품을 훔쳐다 아이들에게 파는 장면들과 한때는 룸메이트였지만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인 뒤 소년이 보이는 이중적 태도는 압권이다. 그리고 자신이 과오를 속죄하며 성당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확인하는 소년의 파르르 떨리는 눈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파괴적이거나 충격적 장면들을 이어 붙이며 시선을 끌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도 충분히 긴장감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그리고 상황에 맞춰 변해가는 인간성들의 점철이 이 영화를 올해의 한국 영화로 꼽고 싶은 이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배우 최우식이 부국제 올해의 배우상을 탄 건 이 영화를 보면 납득이 된다.  





거인 (2014)

9.6
감독
김태용
출연
최우식, 김수현, 강신철, 신재하, 박주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1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