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드카펫 - [리뷰] 사랑할때 놓칠 수 없는 것들

효준선생 2014. 11. 2. 07:30





 어떤 영화? 19금 소재를 이용해 15세도 볼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반짝





에로 영화 감독이라는 딱지는 얼마만큼의 자격지심일까? 정극 상업 영화 감독의 프리미엄은 또 얼마만큼의 자긍심일까? 같은 필름으로 피사체를 찍은 일을 업(業)으로 삼으면서도 이 현격한 차이가 가져오는 심리적 위축감이 도리어 세상과 맞서는 힘이 되어준다면 그 또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에 있냐고는 하건만 세상사람이 보는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과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꼭 해야 할일은 교묘하게 닮아 있다.






영화 레드카펫은 한국 영화계에서 한물간 장르로 여겨지는 에로 영화 감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들의 애환과 사랑을 담은 코미디 영화다. 에로 영화를 찍는 감독을 등장시키지만 그렇다고 에로 영화의 메이킹 필름이 주가 되거나 야한 장면이 감초처럼 삽입된 것 아니다. 그 흔한 상반신 노출 조차 교묘하게 가리놓은 걸 보면 이 영화는 오히려 에로 영화와는 상관없어 보였다.






에로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해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무시당하는 장면은 씁쓸해 보였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들이라고 해서 정극 영화를 찍을 수 없는 무능력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세상엔 다양한 영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대신 할 수 있는 영상들이 많은 탓에 예전처럼 호황은 아니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말을 따를 뿐이다. 최소한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감독이라는 허울 뿐 옥탑방 신세를 면치 못하는 걸 보면 간신히 호구지책을 삼은 것 뿐이다.






한편 어린 시절 광고 모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연예계를 떠났던 배우가 한순간에 국민 여동생 칭호를 얻고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발탁, 각광을 받는 장면은 감독과는 상반된 길을 걷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시 말해 그녀에게 일종의 상품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것 뿐이다. 한때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는지 몰라도 에로영화 감독과 지금 뜨는 여배우 사이의 스캔들이라는 건 누구에게 치명상을 입힐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아니겠는가.






영화는 이렇게 힘들게 영화를 찍으면서도 언젠가 밝은 내일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감독 이야기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가면 그쪽 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꾸며 놓았다. 일반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연예계의 생리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놓았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들 내부의 속사정도 일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두 남녀는 어울리지 않는 사이였는지 모른다. 여배우를 여자친구로 둔다고 해서 그 여배우는 그 감독과만 일을 하지도 않을 테지만 은근히 응원하게 되는 건 그 만큼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윤계상과 고준희의 합외에도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뒷받침으로 단조로울 수 있었던 구도를 튼실하게 만든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계속 꿈을 꾸다 보면 현실보다 조금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덤으로 챙길 수 있어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레드카펫 (2014)

8.2
감독
박범수
출연
윤계상, 고준희, 오정세, 조달환, 황찬성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17 분 | 201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