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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우더 - [리뷰] 고슴도치의 사랑이 이럴까

효준선생 2014. 11. 1. 07:30





 어떤 영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딸이 전하는 말





유년시절을 난도질 하다시피 해놓고 단한마디 사과도 없이 가버린 엄마를 보며 여자는 눈물을 보였다. 애증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언젠가는 되물림 될 숙명 같은 것이며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수많은 여자들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이 엄마가 되는 순간 자신이 알고 있는 엄마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다우더는 만능 재줏꾼 구혜선의 3번째 작품이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딸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daughter를 글자 그대로 임의대로 읽은 표기다. 혹자는 왜 저 단어를 그렇게 읽냐고 하겠지만 그만큼 딸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모호함, 혹은 어려움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와병 중인 엄마를 보는 딸의 시선이 곱지 않다. 주고 받는 언사는 가시가 잔뜩 돋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 아주 오랫동안 두 사람은 왕래도 없었던 듯 생경한 모습이다. 그 두 사람의 빈 공간은 딸이 초경을 한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밖에서 돌아오면 마치 오염물질에 노출된 듯 발가벗긴 채 살갗이 벗겨지라고 박박 문질러 대거나 학교에 가는 딸 아이 가방과 신발엔 푸르스름한 비닐 봉투를 씌워준다. 그 뿐 아니다. 딸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의 대상이고 조금이라도 모난 행동엔 가차없이 욕설과 폭력이 날아든다.






이쯤되면 가정 폭력의 전조인 듯 싶지만 아직 어린 딸로서는 도리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결벽증 이상의 것은 찾기 힘들다. 공부 잘하는 친구의 물건을 빌려다 주고, 경제력으로 쪼들리는 것에 대한 현실 감각도 있다. 실제로 찾기 힘든 캐릭터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 엄마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었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어쩌면 이 땅에서 딸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정도로 공감하는 바 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모녀 관계의 비일상적인 행태엔 혀를 차게 된다. 심리적 문제라고 보기에도, 혹은 남편과의 뒤틀린 관계에서 드러나는 대체 행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찌되었든 마치 맹수 우리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어린 딸의 모습에서 여자들에게 엄마란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달고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기와 같은 성별을 가진 존재, 자기 뱃속에서 나와 한때는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사실에 구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더한 애착으로 키워냈던 대상. 결혼이란 막연한 환상이 아닌 지독한 현실임을 직시한 뒤 자기 딸 역시 그런 현실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동질감등. 엄마가 되어야 비로소 자기 엄마가 자기를 낳았을 때의 심정을 알게 되었다는 산모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기는 분명 자기 엄마와는 닮지 않은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영 자신이 없는 것도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고슴도치의 사랑은 찔리지 않고서는 결코 해줄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영화 속 모녀의 사이가 그런 것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엄마로 살았다는 게 그토록 무거운 짐이었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남겨진 딸에게도 더 큰 부담은 되지 않았을텐데. 자식이 소유물이거나 혹은 독립적인 개체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봐도 결론은 나지 않을 것이다. 자기를 쏙 빼 닮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드는 감정이라는 게 참으로 애틋하다. 그것을 부정할 만큼 아픈 사연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번엔 영화 감독 구혜선으로 돌아온 그녀는 영화의 시나리오, 연출, 주연, 그리고 음악까지 도맡았다. 세 번째 장편 영화로 메타포가 많았던 전작 두 편(요술, 복숭아 나무)과는 달리 무척이나 현실적인 장면들로 빼곡히 채워 놓았다. 조금은 무거운 톤이면서도 그만큼 핍진한 모녀 관계를 설정해 놓았다. 여성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커피 한 잔 정도는 다 비울 시간 동안 충분한 이야기꺼리를 제공할 듯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다우더 (2014)

Daughter 
8.5
감독
구혜선
출연
심혜진, 구혜선, 현승민, 윤다경, 양현모
정보
가족, 드라마 | 한국 | 83 분 |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