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지옥이 뭐가 나빠 - [리뷰] 꿈을 위해 끝까지 폼생폼사

효준선생 2014. 10. 31. 07:30





 어떤 영화? 일본 야쿠자와 영화 감독이 만나 벌이는 소동극





영화감독으로서 자기 이름이 브랜드화 된 경우는 다음 영화를 만들 때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름만 대면 그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대략 어떤 분위기의 영화임을 짐작하게 만드는 힘, 그걸로 관객들은 구체적인 시놉시스를 파악하지 않고서도 일정 부분 기대감을 안고 영화를 보게 한다. 일본 감독 소노 시온의 경우도 그 중 한 명이다.






영화 차가운 열대어로 그의 영화를 처음 접한 뒤이어 두더지등으로 그의 이름은 제대로 각인되었다. 음험한 분위기가 서스펜스 장르의 영화를 방불케 하고 만약 한국에서 같은 소재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폭력적이던 시퀀스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이 한결같이 어둡고 침울하고 폭압적인 영상만 있는 건 아니다. 그 기저엔 인간의 본성이 들어가 있다. 겉으로는 한 없이 야멸차도 속으로는 따듯한 정서가 있고 무덤덤해보여도 여우가 수십 마리는 들어앉은 것 같은 인간의 이중성도 자주 표출된다. 그리고 그의 영화 한 편이 다시 선을 보였다.




 


영화 지옥이 뭐가 나빠의 경우 소노 시온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 약간은 이질적 분위기로 시작한다. 하도 떠들썩해서 의아했고 이야기 흐름이 한동안 좁혀지지 않은 채 퍼져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야쿠자와 영화라는 결코 쉽사리 동화될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틀 안에 넣고 흔드는 모습과 폭렬적으로 터지는 액션신 뒤 끝에 남는 오로지 단 하나의 무엇인가를 건져내는 장면들에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엔 수십 가지 장르가 단독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어찌되었든 이차원적 스펙트럼으로 비유하자면 리얼과 판타지 중간에서 오락가락 한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영화가 거짓을 진짜처럼 그럴 듯하게 포장해 만들어 내놓는 판타지라면 야쿠자들은 리얼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에 야쿠자가 등장하는 건 리얼을 위장한 판타지고 그걸 보는 야쿠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고는 비웃거나 혹은 린치하기도 했다.






단 한 편이라도 좋으니 후대에 오래 남을 걸작 하나 만드는 건 어느 감독이라도 비슷한 소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감독 중에 소원 풀이를 하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소원이 성사될 조짐을 보인다. 그런데 야쿠자들은 왜 영화 속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걸까 어린시절 치약 광고를 통해 귀요미 CF모델로 각광받았던 소녀는 사건에 연루되어 10년 째 감옥살이를 하는 엄마의 출소에 맞춰 영화를 찍으려고 한다. 물론 야쿠자 조직의 우두머리인 아버지는 열렬한 후원자다. 부녀가 완성할 영화와 필생의 역작을 찍고 싶어하는 무명 감독의 조우는 이렇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이뤄진다.






두 팀의 소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아니면 리얼을 뛰어넘지 못한 판타지의 결정체인 영화는 과연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까 필름 통을 부여잡고 열심히 달려가는 젊은 감독의 모습에서 어쩌면 소노 시온의 감독상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칼과 총이 빗 발 치듯 하고 신체 절단이 아무렇지도 않고 보인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마치 유희라고 느낄 수 있는 건 앞서 말한 바대로 이 영화는 이미 판타지라는 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칼을 맞고 쓰러진 채 잠시 있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 컷을 외칠 수 있는, 야쿠자라고 나오면서도 결코 유머를 빼놓지 않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특징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지옥이 뭐가 나빠 (2014)

Why Don't You Play in Hell? 
8
감독
소노 시온
출연
쿠니무라 준, 츠츠미 신이치, 토모치카, 니카이도 후미, 하세가와 히로키
정보
코미디, 액션 | 일본 | 126 분 | 201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