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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 - [리뷰] 생존을 위한 거대담론에 상상력을 입히다

효준선생 2014. 10. 29. 06:30





 어떤 영화? 생존을 위한 극한의 도전, 자연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서사시





지구의 미래는 확실한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현실이 너무 답답한 모양이다. 최소한 영화 속 지구의 미래에 대한 묘사는 대개가 암울하다. 어쩌면 그런 설정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상당한 매력이 있다고 본 모양이다. 지구가 병이 든 그 시점에서 영화 인터스텔라는 독특한 처방을 내린다. 그런데 그 방법이 극적이다. 바로 지구를 떠나 살아남은 인간이 머물 수 있는 외계의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다.






달에 인류의 족적을 남긴 뒤 과학자들은 혹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데 주력했다. 마치 쥐라기와 백악기 공룡들이 안위를 걱정하며 어디 다른 곳에서 살만한 곳이 없나를 찾듯, 혹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좀더 싸고 안락한 곳을 찾아 나선 세입자들처럼 지구인의 모습은 그래 보였다. 지구라는, 다음 세대에서 잠시 빌려 쓰는 이곳의 현 거주자들에겐 그냥 버릴 수 밖에 없는 불모의 땅이 되고 만 셈이다.






남매를 키우고 장인과 사는 남자. 그는 전직 우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해냈지만 더 이상 그를 찾는 사람은 없다. 옥수수를 재배해서 근근히 입에 풀칠이나 해서 먹고사는 농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분위기에 그의 역할엔 더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해 우주로 보내진 12명의 선구자와 그들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또 다시 우주로 보내질 파견대의 모험담이다.






이 영화는 우선 감독의 취향을 탄다.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크리스토퍼 놀란은 또다시 중력과 시간, 그리고 운명과 가족애라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유감없이 펼쳐놓았다. 전작에서 선을 보인 특유의 비주얼은 이번 영화에선 극단을 달리고 있고 거의 집착에 가까운 중력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대사를 통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온다. 도대체 그에게 중력이란 어떤 의미인가.






물리학에서 말하는 중력은 간단하게 지구가 지구 위의 모든 것들을 수직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걸 말한다. 인간이 직립보행하면서도 하늘로 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력의 이치며 눈가가 처지고 주름이 생기는 것도 중력 탓이라는 말이 있듯 지구에서 살며 중력을 거스른다는 건 죽음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중력은 우주로 들어간 뒤엔 그 자체가 이야기가 되고 만다. 제 아무리 기계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중력에 대한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고 거기에 시공을 초월한다는 가설들이 마치 현실에서 가능한 것처럼 포장되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의심스러워 진다.






부모가 된다는 건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이 누렸던 모든 것에서 일정부분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물려줄 것도 없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환경을 찾아주려는 시도는 일견 무모해보이기 까지 하다. 하지만 이들은 그 무모한 도전을 가능에 가깝게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 사이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했고, 그 사이 인정 욕구에 불타는 영웅들은 일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 한 점과도 같은 이들의 이동은 터럭처럼 보인다. 그저 왔다가 제 몫을 누리고 죽으면 그만일 것을 무엇 때문에 그리 생고생을 하는 것일까 포기를 모른다고 누가 격려라도 해주는 것도 아닐테고 그토록 보고 싶어한 가족과 여생을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건만, 이런 목숨을 건 항행(航行)의 뒤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영화를 보며 동양적 가치관에 탄복하게 된다. 표피는 서구의 과학기술을 마음껏 뽐내고 있지만 그 안에 자리한 인간으로서의 면면과 철학은 동양의 그것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윤회설에 비슷한 설정과 후대의 안위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차원론(次元論)까지 들먹이는 걸 보니 선사(禪師)의 선문답처럼 들리기도 했다. 우주는 집을 의미한다. 알고 있는 단어 몇 개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곳에서 세상을 뒤집기라도 할 듯 쏟아져 내리는 비주얼은 압권이다. 하지만 인간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삼라만상이란 모두 인간이 사유하고 기록하고 다시 학습하여 축적한 것임에 이 영화 역시 두툼한 철학서적에 준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9.5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