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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코 - [리뷰] 어린 시절 추억을 나눈 친구

효준선생 2014. 10. 27. 07:30





 어떤 영화? 뜻하지 않게 만난 외계인을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어린 시절 집 앞 골목 안은 아이들에겐 온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그중에 한 두 살이라도 많은 형아는 골목대장 노릇을 했고 골목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올망졸망 앉아서 경청하는 아이들에겐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골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엄마가 찾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그 골목 밖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들이 도처에 널려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때문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나이를 먹는 다는 건 골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다는 것이고 학교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골목 탈출은 서서히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






골목 밖 세상은 크고도 다양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골목 밖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잠기지 않은 빈 사무실이라면 최상의 조건이며 그것도 아니면 친구네 헛간 같은 곳도 있었다. 아파트보다 단층 가옥이 주된 주택 형태인 시절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디선가 주어온 잡다한 물건들은 그 안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고 별로 할 일도 없었지만 장난과 수다를 떨며 그곳에 모여 또래들의 공유의식을 키워나갔다. 






영화 에코를 보면서 어린 시절 아이들과 옆 동네에 이상한 사람이 산다고 하는데 보러가자고 운을 띄우면 꼭 한 두 녀석들이 그날 집을 못 찾아 파출소에서 부모와 상봉하는 일이 떠올랐다. 남자 녀석 셋과 나중에 합류하는 여자 아이 하나, 이렇게 네 친구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 접속되는 모종의 신호를 따라 움직이다 괴물체를 발견한 뒤 그 물체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데 그 괴물체가 그들이 만화나 책에서나 봐왔던 우주로부터의 손님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신기해하고 호기심이 충만해져가는 과정을 통해 의견이 일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조율,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를 배워가는 모습들이 들어가 있다. 단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도 적지 않은 이야기 거리들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이 긴박하게 보인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동네 친구들인 이들이 어쩌면 헤어져야 하는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데는 밀어붙이기 식 개발의 상징인 거대한 고속도로가 동네를 찢어 놓았다는 설정 때문이다. 이 탓에 친구들은 원치 않은 이사를 해야 했고 함께 잘 살고 있던 이웃들은 하루아침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던 차, 우주 아주 먼 곳에서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를 다시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아이들의 모험담은 분명 의미가 있는 메시지였다.






아이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어른들도 등장하며 분위기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들의 주장은 그들이 타고 온 우주선 따위가 이곳을 공격할 지도 모르니 없애야 한다는 건인데 아이들로서는 이미 소중한 커뮤니케이션을 에코라고 이름까지 붙여준 그 귀여운 손님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불시에 들이닥친 파괴자는 우주의 생명체가 아니라 건설업자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스필버그의 이티는 외계 생명체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며 많은 어린이들에게 외계인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었고 그 이후 외계인은 단순히 지구를 공격할 것이라는 위험한 존재가 아닌 함께 잘 살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생각하게 한 공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한 에코 역시 어린 부엉이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고 비록 인간의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목적이 결코 지구의 파괴 따위가 아니라 자신들의 집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것과 그들의 진심이 어른이 아닌 아이들을 통해 성사되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소구하는 바가 적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공상과학 영화지만 화려한 CG도 많지 않고 거친 핸드 헬드 기법과 풋티지 영상으로 채워놓은 탓에 영상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초반부 장난꾸러기의 모습을 보였던 아이들이 약자를 위해 위험도 무릅쓰고 애를 쓰는 것을 보니 이 영화 역시 성장 영화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코 (2014)

Earth to Echo 
6.7
감독
데이브 그린
출연
테오 할름, 아스트로, 리즈 하트윅, 엘라 발슈테트, 제이슨 그레이-스탠포드
정보
SF, 어드벤처 | 미국 | 91 분 | 201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