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턴드 - [리뷰] 방심은 금물, 당신도 물릴 지 모른다.

효준선생 2014. 10. 26. 07:30





 어떤 영화? 인간 냄새가 폴폴 나는 진화하는 좀비 영화, 긴장감 최고




좀비의 등장은 영화에선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탄력을 잃은 피부와 퀭한 눈빛, 그리고 흐느적거리며 걷는 모습은 일관적이고 그들이 깨물고 지난 뒤엔 똑같은 좀비들이 생겨난다는 전제등. 좀비 영화는 기본적인 재미는 갖추고 있지만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좀비가 등장함에도, 좀비로 인해 사람들의 운명도 촌각을 다툴 지경이라는 설정에도 조금도 식상하지 않은 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바로 영화 리턴드다.






리턴드는 좀비가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으로 살 수 있는 희망의 끈을 안고 사는 반 좀비, 반 인간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고 그 중심엔 백신이 있다. 그 백신 자체가 이미 죽은 좀비에서 추출한 물질과 합성 단백질의 결정체라는 설명이 붙는다. 다시 말해 좀비를 사람처럼 살 수 있게 하는 건 좀비가 죽어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백신의 공급량은 한정되었다는 걸 말한다. 그리고 매일 밤 자신의 발목 주변에 주사를 놔야 다음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족쇄나 다름없다.






이런 리턴드 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양분되어 있다. 그들도 사람 취급을 받아야 마땅하고 완벽한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백신을 맞으면 일반인들과 똑같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들에게 줄 백신을 만들려면 엄청난 돈과 위험을 수반하니 차라리 미리 없애는 편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자선기금을 놓고 다투는 장면에서 여의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리턴드를 없애자는 말은 다른 난치병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다 죽이자는 말과 같다.” 고, 통렬했다. 






이 영화는 실존하지 않는 좀비나 리턴드를 언급하고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 가난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각종 편견과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 가진 자들의 눈엔 그들은 그냥 싹 쓸어버려도 되는 존재 쯤으로 보는 오늘날 사회 현상에 대한 따끔한 지적인 셈이다.






리턴드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여의사의 남편도 리턴드다. 아내가 병원에서 가져다주는 백신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혹시라도 자신이 리턴드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격화되는 리턴드들에 대한 겁박과 성토로 부부는 그들을 이해해 주는 친구 부부의 도움으로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안전한 도피처가 아니라 남은 삶마저도 위협받는 고통스런 황무지였다.






이 영화의 한 가지 테마를 꼽자면 욕심이다. 리턴드들에게 백신은 생명 줄이다. 주사약병 하나는 하루를 더 살 수 있는 보험이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비상상황에서 하나라도 더 챙겨두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인 셈이다. 영화에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백신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혀를 찰 노릇이지만 목숨과도 같은 걸 위해 그렇게 하는 걸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도 나왔지만 만약 나눌 수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일상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 생활 한 가운데서도 월급날이 되면 또 참게 되고 지루한 어느날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에 웃음짓고 또 극심한 허기짐으로 쓰러질 것 같은데 빵 한 조각에 웃음을 짓게 되는, 내일이 과연 올까 싶은 하루지만 오늘을 참고 버티는 이유는 바로 백신같은 달콤한 마취제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당히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좀비가 나오면서도 주로 사람의 시선으로 끌고 나간다. 좀비로 살고 싶지 않은 절박한 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집중하며 보게 된다. 특히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누군가의 사진을 노려보며 의미심장한 모습을 한 엔딩 장면은 상당한 쾌감을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리턴드 (2014)

The Returned 
7.5
감독
마누엘 카르바요
출연
에밀리 햄프셔, 크리스틴 홀든-리드, 숀 도일, 클라우디아 바솔스, 에밀리 알라탈로
정보
공포, 스릴러 | 스페인, 캐나다 | 98 분 |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