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 남녀의 치유를 위한 메시지 |
죽마고우라 하여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 하지만 한순간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에게 그저 살아있다는 자체가 오랜 세월 짐으로 남은 그녀.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잊고자 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는 것에 다시 마음이 아프다. 막 찾아온 사랑인지도 몰랐지만 그의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8년이 지난 지금도 불현듯 떠오른다.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기 조차 어려운 어린 나이지만 자기와는 다른 성(性)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대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표시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건만, 그날이 세상과,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날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모양이다.
영화 깨끗하고 연약하게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영상으로 옮겼다. 소녀감성이 물씬 나는 하이틴 무비같지만 그 안에서 몽실거리는 풋풋한 사랑의 감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극적이다. 어린 시절 각각 사랑을 잃어버린 두 남녀가 어른이 되어 서로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는 이 영화는 누구나 한번 쯤 겪었을 소동같은 우정에 기반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것 같으면서도 기억 속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옛사랑의 흔적은 어쩌면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 이후에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지만 새 사랑이 찾아왔다고 그걸 쉽게 망각해 버리거나 혹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떼어낼 수 없는 기억의 잔재에 대해 서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함으로써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가 이래서 진짜 인연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다.
한 커플은 고등학교 때의. 다른 한 커플은 초등학교 때의 이야기 인만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를 자기 마음속에 담아 두었을 때의 설렘은 비슷한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철부지들의 소꿉장난으로 생각되지는 않는지. 이들의 옛 사랑이 일방의 헤어짐 통고에 의한 것이라면 아마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이별의 단초를 자꾸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데 문제가 있다.
이미 어른이 된 그들에게 새로운 사랑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등을 기댄 채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모습도 연상되지만 이런 사랑 해보지 못한 한 사람에겐 어쩌면 그런 기억에 빠져 사는 상대가 매정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사랑의 모습은 딱히 규정할 없다. 아니 아직 제대로 된 사랑도 못해본 이들에게 옛일은 그냥 있고 지금 그 사랑을 잡아라 라고 하기엔 미묘한 부분이 있다. 망설이는 모습이 서로에 대한 믿음의 부족이라기 보다 또 다시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을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크게 읽혀졌다.
배우들의 미모가 한결같이 준수하다 보니 매 장면이 마치 광고나 패션 화보를 찍는 것 같아 보이는 아쉬움도 있지만 좋게 말하자면 그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영화지만 그 안을 채우는 선남선녀의 이목구비를 뚫어져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사랑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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