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모모세, 여기를 봐 - [리뷰] 첫사랑에 대한 기억, 안녕하신지요?

효준선생 2014. 10. 24. 07:30





 어떤 영화?   화석이 된 첫사랑의 감정을 되살리게 해주다





춘정(春情)이 돋는 모양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오면 사춘기 소년, 소녀들에겐 화색이 돌고 제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콩닥거리는 마음이 생긴다. 운 좋게도 자기 이상형에 걸맞고 남들도 다 멋지다고 하는 학교 선배라도 레이더에 걸리면 그 지겨웠던 학교가 달라 보인다. 어른들이 말하는 사랑이 찾아왔나 싶어 목부터 발그레해진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쉽사리 다가서지도 못하겠고 좋아한다는 말은 도무지 할 수 조차 없다. 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이 길을 걸어도 내 쪽은 바라보지 않는다. 늘 시선은 앞을 향하거나 누군가를 찾는다. 그것도 아니면 푸른 하늘을 멀뚱히 바라본다. 그가 내가 찾는 사랑이기나 한걸까






영화 모모세, 여기를 봐는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오츠이치가 다른 필명인 나카타 에이이치를 내세워 쓴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말랑거리는 소녀 감성의 필치가 여기저기서 느껴질 정도인데 첫사랑에 대한 비교적 보편적인 감정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첫사랑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듯 이 영화는 사실 사랑의 성공담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게 두 사람은 아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여타 러브 스토리 영화들의 구태의연한 결론대신 첫사랑을 하게 된 순간의 미묘한 감정과 그것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알아보라는 재미난 힌트를 곁들여 일종의 게임과 같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고등학교 선후배인 4명의 남녀가 서로 엇갈리듯 각자를 향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가진 본심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사랑의 감정조차도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그런 척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배우들의 눈빛을 따라갈 뿐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첫사랑을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첫사랑은 자신의 가장 깊은 서랍 안에 고이 모셔두고 가끔 꺼내보는 게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 "모모세"를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여기를 봐” 다. 다른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을 좋아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잊고 지냈던 상처에 재차 상처를 입힐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은 딱지가 내려앉았다가 이젠 제 몸 일부가 되어버렸다면, 사랑해도 되는지 모르는 사랑 앞에서 여전히 수줍었던 그 시절을 상기하게 될 것 같다.






꽈리 꽃을 건네주었다. 꽈리 꽃의 꽃말은 수줍음과 거짓이다. 정말 묘하게도 이 영화의 흐름과 거의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제 어른이 되어 돌아온 고향 마을, 산천은 의구하지만 인걸은 온데간데없다는 말처럼 인적조차 드물어진 그곳에서 자신이 남겨 놓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묽게 웃는 남자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모모세, 여기를 봐 (2014)

My Pretend Girlfriend 
9.6
감독
야쿠모 사이지
출연
하야미 아카리, 타케우치 타로, 이시바시 안나, 쿠도 아스카, 무카이 오사무
정보
로맨스/멜로 | 일본 | 109 분 |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