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지옥화 - [리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믿었나

효준선생 2014. 10. 23. 07:30






 어떤 영화 ? 인간의 욕정과 그로 인한 업보의 후과가 어떤지를 파격적으로 보여주다




승려의 옷을 입고 삭발을 하고는 있지만 거칠어 보였다. 형형한 눈빛하며 온몸에 나 있는 상처들이 과연 그가 진짜 불자인지 의심이 들었다. 영화 시작부터 등장하는 통정 장면에서부터 만만치 않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 범상치 않은 영화제목들로 주목받은 바 있는 이상우 감독은 영화 지옥화를 통해 더 이상 끝을 말할 수 없는 인간의 정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남자가 승복을 입은 까닭은 귀의의 목적이 아니었다.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속세와의 격리를 의미했고 그런 탓에 기거하는 곳에 대한 애정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는 불교를 택했을까 이 영화엔 남자의 불교 말고도 기독교도 등장한다. 불신지옥을 강렬하게 외쳐대는 일군의 부류를 통해 그들의 외침의 진정성을 엿보려고는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 역시 종교는 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한 방어막 정도로 여긴다.






파계란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규율을 어겼을 때 적용되는 단어다. 여신도와의 통정으로 사찰을 떠난 그에게 속세의 집은 떼어내고 싶기만 한 공간이다. 치매에 걸린 모친과 더 거칠게 구는 형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뿐이다. 자신의 입으로는 탁발이라 했지만 걸식일 뿐이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 옷차림으로 고깃집을 찾고 그곳에서 눈에 들어온 외간 여자를 탐하는 수준이다.






영화에는 남자 말고 또 하나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가정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성적학대, 견디다 못해 자매 중 하나는 아예 필리핀으로 도피하고 남은 한 명에겐 치명적인 삶의 유린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피하고 싶은 현세의 삶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건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건만, 이 영화는 그걸 선택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한다.






폭렬적인 파괴 후에 남는 건 파편뿐이지만 그걸 오히려 구원이라거나 해탈쯤으로 보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받아내야 하는 것들은 구역질나는 지금의 모습이다.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해서 행복할 것도 없고 이승에서의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절통해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거기까지가 그 사람에게 주어진 이곳에서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버거운 삶이란 말인가 필리핀 외지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자꾸 남자의 발목을 붙잡는 이야기들이 반복된다. 그곳에서 기거할 수밖에 없는 여자와의 관계, 그리고 폭력으로 주저앉게 되거나 혹은 여권을 찾을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 낯선 곳에서 마찬가지로 일탈행위들이 이어지지만 부처님 손바닥 위를 맴돌 듯 하는 모습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다.






이 영화는 조금도 착하지 않고 배려도 없다. 등장인물들의 삶 자체가 극악한데 어찌 그런 걸 요구할 수 있겠는가. 특히 정사 장면과 남자가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어지러울 정도로 오버랩 효과를 롱테이크로 끌고 간다.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가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거부할 용기는 없다. 제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현실에서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간혹 현실에서도 지옥은 존재한다. 그건 겪은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業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함을 꾸짖는 준엄한 할[喝]의 소리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지옥화 (2014)

Fire in Hell 
9.9
감독
이상우
출연
원태희, 차승민, 김헌, 이상우
정보
스릴러, 로맨스/멜로 | 한국 | 99 분 |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