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 - [리뷰] 잠들 때마다 내일 아침엔 깨지 않기를

효준선생 2014. 10. 22. 07:30





 어떤 영화?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의 자아 되찾기 





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 설 잠이라도 잘라치면 꿈을 통해 삼라만상과 만나고 그런 잠으로는 그 전날의 피곤함을 해소하기 어렵다. 차라리 온 밤을 지새우고 극도의 피곤함 속에서 아침에 잠을 자기 시작하면 그런대로 절대적인 수면의 시간은 채울 수 있을지언정 그런 생활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기에 점차 잠을 이루기 힘들어진다. 어떤 날은 커텐 뒤로 보이는 세상의 빛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기 어려워 시계를 볼까 하지만 시침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은 잠을 잘 못자는 사람에겐 치명상을 주기에 차라리 다시 눈을 감고 만 적도 있다.






하루 중에서 밤이 길어지고 있다. 볕을 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뭔가를 보고 기억에 저장해두고 그 중에 몇 개를 불수의적으로 떼어내고 있는 것일까 인위적이지 않은 망각이 노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말조차도 버겁다. 잠들 때 마다 문득 불안해진다. 과연 내일 잠에서 깨면 오늘 이토록 불안한 마음이 기억날까 아무 꿈도 아무 잡념도 아무 뒤척임도 없이 잠을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외부의 충격에 의해 의학적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내가 잠들기 전에는 그 여자의 과거를 둘러싼 어떤 사건을 밝히는데 주목하고 있지만 실상은 사람에게 뭔가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구현되는 지 살펴보는 의미도 크다. 기억상실 증세가 나타나는 건은 외부적 충격이 아닌 심인적 증세도 적지 않기 때문인데 정신적 충격이 당사자에게 자신이 기억을 상실하는 게 낫다고 자꾸 주입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병인이다. 다시 말해 외료기기로는 파악해내기 힘든 질환인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 여주인공의 행동에서 상당히 히스테리컬한 분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잠에 깨면 기계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남자와 만나고 이윽고 전화를 통해 자신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와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정확하게 스물 네 시간이 지나 다음 날이 되면 그 전날 자신이 했던 행동과 말등 일체의 것들이 리셋된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아니 지났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한다. 그 여자의 주변엔 이렇게 단 두 사람의 남자만 존재한다는 것도 의문이다. 기억 상실에 걸렸지만 행동양태까지 지워진 건 아니다. 일상생활이 혼자서도 가능하고 언어 구사 능력도 그대로다. 과연 그 여자는 기억상실에 걸린 것이 맞는 걸까






영화의 초반은 상당히 헷갈린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반복되는 상황, 조금씩 기억을 되찾는다는 그 여자의 말도 의심스럽고 심지어 두 남자의 관계마저도 의심이 간다. 이 영화는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 걸까. 이렇게 심리상의 문제가 현실과 맞부딪칠 때 간혹 모호함을 갖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여자가 과거에 겪었던 사건을 구체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종의 파국을 향해 돌진하는 영화임을 환기한다.






그 여자에게 지난 10년의 세월은 어떻게 기록될까 단기 기억 상실이라는, 지우고 싶지만 지울 것도 하나 없는,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사람과의 불편한 만남과 자신을 둘러싼, 그 여자만 모르고 있는 세월을 원망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온 끝에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 아닌 저런 삶도 있을까 싶게 도리어 애처롭다는 감정이 든다. 어쩌면 그 여자는 불면의 밤을 보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리고 꿈속에서 제어할 수 있는 상황과 만났던 건 아니었을까.  깊은 가을 밤, 잠 못 드는 밤을 대신하여.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내가 잠들기 전에 (2014)

Before I Go to Sleep 
8.5
감독
로완 조페
출연
니콜 키드먼,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앤-마리 더프, 딘-찰스 채프먼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영국, 프랑스, 스웨덴 | 92 분 |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