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를 찾아줘 - [리뷰] 그녀의 속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효준선생 2014. 10. 19. 07:30





 어떤 영화? 끝이 궁금해지는 지독한 스릴러, 하지만 그녀에겐 이런 수사마저도 넘치지 않는다.





광녀(狂女)의 모습을 보여야할 하등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작가지만 주목받지 못했다는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보기엔 그 에너지가 잘못 발산된 것이 아닌지. 혹은 아내로서 남편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인지. 어찌되었든 그 누구도 쉽사리 제어할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아연실색할 수준이지만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해서 150분을 허투로 보낼 수 없었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영어 원제는 Gone girl 이다. 사라진 소녀라는 원제를 어떻게 제목으로 달까 궁금했던 차에 (발음 그대로 곤 걸이라고 하기에 어감 상 너무 좋지 않다) "나를 찾아줘" 라는 예상치 못한 제목의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니 일단 좀 머뭇거려졌다. 하지만 주어인 “나”와 동사인 “찾아줘”가 각각 누구와 무엇을 의미하는 지 파악해보는 것이 이 영화를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볼 수 있는 유의미한 관람법이다.






결혼 5주년의 그날, 아내가 사라졌다. 집안을 둘러 본 남편은 약간의 흔적과 약간의 심증만 둔 채 경찰의 도움을 받고자 하지만 경찰과 어느덧 세상에 알려진 “에이미 실종사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디어는 오히려 남편을 진범으로 간주하고 사건을 풀어가려고 한다. 사실 영화 중후반부에 아내의 담담하고도 장황한 나레이션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가 이 사건의 주범인지, 아니 남편, 혹은 아내가 꾸민 일이라고 해도 이토록 황망할 수 있을까 의문만 남는다. 범인으로 몰린 남편과 주변인물들의 어이없는 행동과 진술들. 조금씩 의심이 가지만 아내의 본격적인 개입은 왜 그녀의 행동에 딴지를 걸어야 마땅한 지를 설명한다.






어린 시절부터 촉망받는 문재(文才)였다.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닉네임으로 그녀는 이미 모르는 사랑이 없는 작가였고 그에게 대시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그가 역시 작가출신인 남편 닉과 만나 남부럽지 않은 부부가 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보인다. 하지만 시부모의 병환으로 남편 고향으로 내려온 도시 출신 아내에게 미주리 시골 마을에서의 삶은 따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차가워지는 남편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쌓이면 그녀에게 필요한 돌파구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녀의 극단적인 선택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자의 모습이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상상은 어쩌면 작가로서 책에서나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남편이 극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믿는 그녀와 이미 모든 것을 알아버린 관객들 사이에 현격한 감정의 차이는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저버리지 않는다.






추적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 주요 출연진도 별로 많지 않다. 스릴러 영화를 잘 만드는 데이비드 핀치 감독은 원작소설에서의 농밀한 긴장감을 긴 시간 동안 크게 지루하지 않도록 잘 배치한 듯 하다. 마치 마녀사냥을 하는 듯한 미디어를 상대로 버거워 하는 모습을 통해 전반부에선 벤 에플렉이 힘겨운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면 후반부엔 마치 뭔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극적 전환을 도모하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생애급 연기를 펼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독특한 마스크를 가진 로자먼드 파이크, '누구의 여인'이 아닌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냈다.